美, 금융권 '이례적인' 지원 요청시 CEO 축출
재무부, 금융규제 관련조치 강구 중..'터닝 포인트' 될 지 주목
2009-04-06 08:00:00 2011-06-15 18:56:52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은행들이 미 정부로부터 '이례적인' 도움을 요구할 경우 상임 경영진과 이사회를 축출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CBS의 '페이스 더 내이션(Face the Nation)' 프로그램에 출연해 납세자 보호차원에서 "만약 향후 은행들이 이례적인 수준의 지원을 요구할 경우 우리는 경영진과 이사회에 변화가 따를 것임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이트너는 AIG와 패니매, 프레디맥이 정부 구제 없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명될 경우 최고 경영진들을 내몰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재무부는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가혹한 경제 침체를 견디기 위해 필요로 하는 자금이 얼마나 될 지 재검토 중이다. "예외적인 지원에 나서야 하는 곳에서는 정부가 경영진과 이사회 멤버를 교체할 것"고 가이트너는 말했다.
 
가이트너의 공언은 세계 경제가 안정화 될 것이라는 신호가 감지된 후 나온 것이다.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지난 달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기록적인 최저수준에서 벗어나 상승했다. 영국의 주택 가격은 2007년 10월 이래 처음으로 3월 오름세로 돌아섰고 지난 주 발표된 중국 제조업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보상 제한
 
정부 자금을 지원받은 회사의 급료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률제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이날 가이트너는 밝혔다. 아울러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은행권을 이러한 규칙 적용에서 제외시킬 의향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법률 적용에 있어 우리의 의무는 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도록 하는 것뿐"이라며 "우리는 미국 납세자들의 도움이 과도한 보상 제공이 아닌, 대출 활성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달 재무부는 투자자들이 은행권의 대출을 막고 있는 비유동성 자산 매입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자금을 지원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채무를 보증하는 한편, 정부의 은행권 구제 자금 중 1000억달러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편 지난 주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의 시가평가 기준 완화로 은행들의 자산 평가 재량권이 대폭 강화되면서 이번 공공민간 파트너십 프로그램 참여를 꺼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이트너는 "재무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장부를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금융 시스템이 보다 튼튼해지도록 우리는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이날 가이트너는 강조했다. 다만 그는 재무부가 은행으로 하여금 자산을 팔도록 강요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지난 2일 코네티컷 소재 FASB인 노워크는 은행권이 자사 주식의 가치 측정 기준에 있어 '중요한' 판단을 하도록 허락할 지에 대해 투표했다. 이와 관련해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회계학 교수인 리차드 디트리치는 회계기준 완화가 금융회사들로 하여금 자산 상각을 회피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식 매수를 방해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주 오바마와 함께 G20 회담 참석차 런던을 방문한 가이트너는 미국을 경기 침체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한 계속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G20 회담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헤지펀드와 경영진 급료, 신용평가사와 파생상품 거래 등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합의했다. 또한 그들은 IMF 기금을 1조달러까지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터닝 포인트'
 
오바마는 이번 G20 회담을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한 후 이것이 세계 경제 회복에 있어 '터닝 포인트(전환점)'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현재 가이트너는 파생상품 시장뿐만 아니라 거대 헤지펀드와 사모투자 펀드를 연방정부의 엄격한 감독 하에 둬야 한다는 요청에 따라 금융 규제들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그는 또한 금융시스템에 위협을 끼칠 수 있는 거대 비금융권 회사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통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하지만 의미있는 전환점에 다다르기까지 아직 갈길이 멀다. 세계 은행은 '실업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고,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3월에만 66만3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실업률은 1983년 이래 최고 수준인 8.5%까지 뛰었다.
 
세계 각지의 은행들과 금융회사들은 신용 상실과 자산 상각으로 이제까지만 1조20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상황. 이중 대부분은 미국 주택 시장의 붕괴에서 비롯된 모기지 관련 투자로부터의 손실이 차지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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