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무법자 텔레그램의 운명은?
2024-08-30 06:00:00 2024-08-30 06:00:00
새로운 IT기술의 등장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요즘입니다. 모든 기술에는 명과 암이 따른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분명하게 체감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 문제입니다. 일부 이용자들의 왜곡된 성 인식도 문제겠지만, 근본적 원인은 결국 기술 발전의 속도를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빠른 기술 발전으로 법의 사각지대가 점차 넓어지면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우려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생성형AI 오남용은 그 자체로 당연히 문제지만, 지금 당장 더 시급히 봐야 할 것은 딥페이크 성범죄물의 유통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한 번 확산되면 그 피해를 원복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유통하는 주된 통로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또 다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바로 메신저 '텔레그램'입니다.
 
암호화·익명화를 내세우는 이 메신저는 당국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도 끝없이 양산하는 중입니다. 최근엔 특히 마약 유통이나 성범죄의 창구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데요. 이번 딥페이크 사태에서 보듯, 우리 주변의 평범한 10대들까지 아무런 보호막 없이 이 무법지대에 노출돼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당국은 아직까지 별다른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이 국내에 사무소를 아예 두지 않은 까닭에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래서 텔레그램 때문에 생겼다해도 과언이 아닐 'N번방 방지법'도 정작 텔레그램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최근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실제로 텔레그램에 어떤 효능감을 미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무법자 텔레그램을 정조준하는 국가가 드디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현재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는 온라인 성범죄 등 각종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프랑스에서 기소된 상태인데요. 프랑스 검찰은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텔레그램에 용의자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자 지난 3월 두로프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플랫폼이 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플랫폼 역시 또 하나의 사회이며, 사회에는 언제나 최소한의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규제 회피가 어느새 텔레그램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모습입니다. 프랑스 사법 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어떤 결론을 내리든 각국이 텔레그램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시발점이 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빠른 소통, 편한 인맥 관리를 무기로 하는 메신저나 소셜미디어(SNS)는 이제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됐습니다. 하지만 잘못 활용될 경우 누군가에겐 치명적인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주지해야 할 사실은 IT기술은 국경을 넘나든다는 점입니다. 국내 기업들만 열심히 규제한다고 해서 우리 국민,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것이죠. 마침 텔레그램 규제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도 떠오른 만큼, 우리 정부도 부처 간 협의 외에 국제적 협력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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