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현대차 '지옥훈련장', 모하비주행시험장을 가다
"접근성·고립성 측면서 최고의 조건"
내년 1월 美 출시 EQ900, 지구 80바퀴 거리 돌며 담금질
2015-11-22 09:00:00 2015-11-22 09:00:00
[LA=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이런데 정말 뭐가 있긴 있다는건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LA 중심가를 벗어나 북쪽으로 향하는 동안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도심을 지나 한적한 시가지로,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모하비 사막길로.
 
그렇게 두 시간쯤 달려 주행 시험장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들때 쯤 '캘리포니아 프로빙 그라운드(CPG)'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적막과 고온이 함께한 열사의 땅에서 북미시장에 선보일 현대차 차량들이 혹독한 시험을 통해 담금질이 한창인 현대차 CPG, 일명 모하비 시험장에 도착한 순간이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로 국내 영암 F1 서킷 면적의 9.5배, 여의도의 6배에 달하는 크기를 자랑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사막 위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인 셈이다.
 
시험장 구성은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장, 장등판시험로 등 총 11개 시험로로 이뤄져있다. 모든 시험로를 연장한 총 길이는 61km에 달한다.
 
현대차 모하비 시험장 전경 및 구성도. 사진/현대차
 
여름철 매우 덥고 건조한 전형적인 사막 기후를 보이는 모하비 사막은 평균 온도 39℃에 지면 온도는 54℃를 넘나드는 반면, 겨울철엔 평균 26℃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폭풍이 있을 경우에는 비와 눈이 몰아친다.
 
이는 곧 다양한 조건에서 주행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모하비 주행시험장 북쪽에 위치한 '데쓰밸리'는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혹서의 자연환경에서 차량 내구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날 시험장의 주인공은 역시 현대차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대형 럭셔리 세단 'EQ900'이었다. 미국 내 급성장 중인 고급차 시장을 정조준 해 내년 1월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는 만큼 성능 평가가 집중적으로 실시 중이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현대차 전문 드라이버가 시험로 및 시연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EQ900의 주행 시험은 역대 현대차의 그 어떤 차량보다도 혹독하게 진행되고 있다. 차량 1대당 종합 내구 시험 3만마일(Mile), 혹한 지역 내구 시험 2만마일, 엔진 및 변속기 관련 파워트레인 내구 시험 2만마일, 외부 도로 주행시험 3만마일 등 최소 10만마일(약 16만1000km) 이상을 시험 주행하고 있다.
 
10개 이상의 시험로 중 가장 큰 고속주회로는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 총길이 10.3km, 직선구간 2km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구성된 고속주회로는 고속 주행 안정성 및 각종 차량 내구 시험, 최고 시속 시험 등의 동력 성능 평가와 바람소리 시험 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모든 주행로가 직선 고속 주행이 가능한 평탄한 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포장 포함 사막 지형 11.4km의 오프로드 시험로와 13개 노면이 존재하는 내구시험로 등은 다양한 환경에서의 주행성능을 강화하는 요소다.
 
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로를 주행 중인 EQ900. 사진/정기종 기자.
 
또 고급차다운 안락함을 위한 R&H 성능 확보를 위한 핸들링시험로, 미국시장 최적화를 위해 LA의 가장 일반적 도로 환경을 재현한 LA프리웨이, 완벽한 승차감을 위한 소음시험로, 직진안정성 강화를 위한 쏠림시험로 등도 인상적이었다.
 
핸들링 구간을 빠져나오고 있는 EQ900. 사진/현대차.
 
특히 모하비주행시험장에만 존재한다는 장등판 시험로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구간이었다. 2~12%의 완만한 경사가 길게 이어져 산 정상에서 경치를 보는 듯한 장등판 시험로는 파워트레인 등판성능과 오토크루즈 성능 시험 등을 담당한다.
 
이처럼 현대차가 모하비주행장에서 EQ900의 지옥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주요 고급 브랜드들이 진출한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정공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속 주행중 방향 급전환시 차량의 안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ESC 기능을 시연 중인 EQ900. 사진/정기종 기자.
 
'미국에서 통하면 전 세계에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은 자동차 시장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특히 전체 차량 판매가 중국에 이은 2위인 반면, 고급차 시장만큼은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독일 3사가 주도 중인 고급차 시장에 뛰어드는 현대차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의미다.
 
앤디 프릴스 현대차 차량시험실장은 "모하비 시험장은 인접한 공군기지로 인한 상대적 정보 노출 안전성과 데쓰밸리와의 접근성 등의 장점이 존재한다"며 "특히 북미 지형은 물론 고객 실사용조건에 맞춤형 시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미 시장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죄적의 조건이다"고 말했다.
 
LA=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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