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온탕 오가는 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채권단 '혼란'
부총리 한마디에 취약업종 추가지정 혼선…채권은행 "채권회수 결정 어렵다"
2016-04-20 15:45:56 2016-04-20 17:22:37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순조롭게 추진되던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수장이 직접 챙기겠다고 한 발언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추가로 선정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긴박해졌다. 채권은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기존 취약업종에 대한 정부부처간의 인식에서조차 엇박자를 보이고 있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오락가락 구조조정 정책이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를 비롯해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시장에서 자율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금융시장에서 느끼는 피로감은 올라가고 있다.
 
지난 15일(미국 현지시각) 유 부총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특정기업 사례를 거론하면서 "공급 과잉업종·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빨리해야 한다"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곧바로 채권은행장들에게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정부는 이달 중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인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를 열 계획인데, 추가 취약업종을 선별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정부는 이미 작년 10월부터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좀비기업을 솎아내는 데 속도를 내고 있었다.
 
올해 3월까지 구조조정 대상(C, D 등급)을 229개사로 선정하면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라고 밝히는 등 그 속도는 일정한 수준이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에 "조선사 구조조정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STX조선, 성동조선, SPP조선 등도 구조조정이 차질없이 진행 중이며 조선업의 특성상 가시적 성과가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착실히 진행 중인 점을 이해해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이 되지 않아 유 부총리의 구조조정 드라이브 발언이 나온 것이다.
 
채권은행들은 이달부터 대기업들을 상대로 신용위험도 평가를 시작한 상태다. 은행들은 4~6월중 대기업 신용평가를 진행, 7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서 주요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채권단의 선별 작업과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채권은행들은 어느 박자에 맞춰야 할지 헷갈려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구조조정에 대해 채권은행 중심의 시장 자율을 강조해왔지만 이번 유 부총리 등 경제수장의 발언을 미뤄보면 정부 기조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해운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은 사채권자 등의 문제가 걸려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힘겹게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당국이 말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방향이 뚜렷하지 않으면 혼란만 가중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국이 시장 자율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방향에 대해서는 당국의 신호는 아직 필요하다"며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해서도 확실한 방향이 정해져야 채권 회수든 추가 지원이든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 등 구조조정 대상 업종에 다른 업종이 추가될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금융위원회가 "현재까지는 5개 업종 외에 추가로 구조조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 업종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으나 "글로벌 산업동향, 공급과잉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지켜보겠다"고 여지를 남긴 상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장들을 만나 과감하고 신속하게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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