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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실손보험 인하 방안…보험업계 "일방적 희생 강요"
업계 "반사이익 없다"…AIG 이어 판매 중단 이어지나
2017-06-21 17:12:55 2017-06-21 17:59:36
[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정부가 내년 상반기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보험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민간 기업의 가격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보험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한다는 주장이다.
 
2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018년 폐지 예정이었던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를 20015년 이전 수준인 25%로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지난 2013년~2015년까지 실손보험이 얻은 반사 이익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앞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면 반사이익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반사이익은 없다는 입장이다. 급여 항목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의료쇼핑이 계속되고 새로운 비급여 항목도 추가되고 있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1조5000억원이라는 반사이익을 보험사가 얻었다고 하는데 손해율이 140%인 상황이다. 반사이익을 봤다면 적자가 날 수 있겠냐"며 "1조5000억원은 보험사가 아니라 의료계가 가져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거나 다른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 정부가 실손보험료를 통제하면 적자 구조가 커지기 때문에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하거나 다른 보험의 보험료를 올려 이익보전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보험사 전체로 보면 이익이 충분히 난다는 이유로 실손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는 이는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한다. 보험의 특성상 같은 종류의 보험에서 손해율이나 이익을 계산해야 하는데 보험사 전체로 계산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으로 금융위가 내년 말 폐지 예정이던 실손보험료 조정폭 규제를 2015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하면서 금융당국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보험 가격 자율화도 2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보험상품의 가격통제 장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확정한 바 있다. 보험상품 설계는 물론 가격 결정까지 시장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겨 질적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2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 가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험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책 협의체에 보험협회와 보험사도 참여해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가 실손보험료 인하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온 대변인, 김성주 전문위원 단장, 허윤정 전문위원) 사진/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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