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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스타 비즈니스와 사회적 책임
2019-04-08 06:00:00 2019-04-08 06:00:00
내가 언론사의 기자라면 요즘은 일할 맛이 날 것 같다. 정치 쪽만 봐도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및 불법 대출 의혹, 야당 유력 정치인의 자녀 취업 청탁 의혹,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 보고서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전 등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로 입력할만한 주제들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요즘은 뭐니 해도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뉴스는 버닝썬 클럽과 권력의 유착 의혹과 일부 연예인의 여성 대상 불법촬영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근래 상당수 언론은 버닝썬 의혹보다는 연예인 카톡방 뉴스 쪽으로 무게를 옮기는 듯하다. 그 과정 속에서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며 뉴욕 간 여자 연예인은 누구이며, 동영상에 찍힌 걸그룹 연예인은 누구인지 등 대중의 관음적 욕구를 무제한으로 자극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재단 박주원 CSR경영센터장. 사진/지속가능경영재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 방지대책을 사회에 제안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제2차, 3차 피해자를 생산하고 있다. 대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준다는 미명하에 찌라시 소식지를 인용하며 자행되는 연예인들에 대한 언론의 이런 테러는 조회 수 증대를 통한 광고 수익 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작금의 언론산업 구조의 탓도 있지만, ‘대중의 평판을 먹고 사는 너희 연예인들이 감히 우리 기자들한테 시비를 걸 수 있겠어?’라는 연예인들에 대한 언론의 우월감과 특권의식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언론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연예인들은 절대적인 약자인가? 이번 문제가 되고 있는 남성 연예인들의 카톡방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 간부와의 관계를 거들먹거리거나 여성들을 비하하며 성적 도구로 치부하는 그들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들이 유혹하면 안 넘어올 여자 없을 걸?, ’우리 연예인들이 권력의 상층부와 이 정도 교류하고 있는 것들 너희들이 알아?‘’라는 비뚤어진 특권의식이 아닐까? 
 
다수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문가들은 현재의 CSR은 단순히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는 ‘이해관계자 만족 경영’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경영권력’을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CEO의 수탁자로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는 주주를 위한 것이어야 하나 궁극적으로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연예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현재의 연예산업은 미디어에 노출된 스타 연예인의 이미지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기획·생산·유통·판매로 순환되는 비즈니스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연예 산업은 다수의 관심을 다수의 연예인이 나눠가지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대형 스타 상품을 발굴해 히트 상품에 의존하고 대형 스타들이 커버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중저가 연예인이 보완해주는 산업구조가 정착됐다. 그렇기에 대형 스타는 상품의 희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때문에 스타는 일정 권력을 갖게 되었으며, 그 권력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업 확장을 꾀하면서 스타 연예인 1명은 한 개인이 아니라 기업과 같은 존재가 됐다. 그로 인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발생하였다. 그렇기에 승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스타 연예인의 일탈은 개인의 손해에서 머무르지 않고 소속사의 주가 폭락, 그가 벌여온 라멘사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가맹점주, 가맹점의 종업원, 해당 사업의 공급업체 등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아이돌의 기계적인 생산만이 반복되는 한국 연예산업의 구조가 지적되며, 한류 열풍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유사한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 과거처럼 이제 연예인이 공인이냐 아니냐로 논쟁의 초점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스타 연예인은 문화상품임과 동시에 사랑받고 관심받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소외된 대중의 욕망을 건강하게 충족시켜 줄 권리를 위임받은 수탁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중으로부터 위임받은 문화 권력을 본인과 지지해준 대중을 위해 선하게 행사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현재와 같이 아티스트가 아닌, 스타 연예인을 목표로 기획사에 의해서 청소년기부터 기능 훈련만 습득되어지는 구조에서는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습득이 불가능하다. 
 
지금 당장 연예 기획사는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본 교육 없이 성공 욕망으로 가득한 이미지 괴물만 만들어내는 현재의 육성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속사 스스로 문화컨텐츠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비전, 미션과 그것의 실현을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과 실행과제를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또한 지망생 단계에서부터 주입식 정의나 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 자질과 인식을 경험하게 해주고 중장기적인 관리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스타 개인의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연장되어 장기적으로 모든 이해관계자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재단 CSR경영센터장 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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