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뉴스통 뉴스 카페

SOC는 특효약 아니다국회를 통과해 확정된 2019년도 정부 예산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이 19조700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애초 정부 예산안 18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첫째 이유는 사회간접자본에 의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이 지역예산을 챙기는 과정에서 늘어나기도 했다. 올해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안상수 국회 예결위원장 등 ‘실세’들이 지역구 예산을 ‘짭짤하게’ 챙겼다고 한다.  최근 들어 설비투자가 저조하고 경기하강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니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기대해보자는 심리가 작지 않다. 도로나 철도, 수목원, 박물관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경기부양 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이다. 그런 기대가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저성장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공공투자가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지금 꼭 필요한 시설인지 따져봐야 한다. 경기부양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나중에 유지보수를 위해 더 많은 출혈을 요구하는 경우가 없는지 추적해 봐야 한다.   한국에서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긴박한 수요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이제는 유지 보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신도시를 비롯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세워진 후에도 교통시설이 빈약한 곳은 서둘러 투자할 필요가 절실하다. 그렇지만 이런 지역을 제외하면 많은 경우 실제 활용도가 예상수요를 밑돌기 일쑤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한 고속도로 13개 구간 중 12개의 수요예측이 빗나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번 국정감사 기간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건설 완료한 고속도로 10개 노선, 13개 구간 중 울산포항선 울산∼포항 구간을 제외하면 다른 12개 구간은 모두 실제교통량이 수요예측을 밑돌았다. 동해선 주문진∼속초 구간은 한국도로공사가 하루평균 4만1000대의 교통량을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29%에 불과한 1만2000대 수준에 불과했다. 이밖에도 예측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노선이 허다했다. 더 요긴한 사업에 쓸 수 있는 예산을 허비한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기회비용의 상실이다. 그래서인지 정부도 최근 들어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꾸준히 줄여왔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예산은 2015년 26조1000억원에서 2018년에는 19조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제출된 예산도 마찬가지로 전년보다 축소됐었다. 전통적인 SOC 예산은 축소하는 반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형 SOC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일단 방향은 옳게 잡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아직 수용할 태세가 안된 듯하다. 해마다 SOC 예산 감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특히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축소계획에 반발한다. 정부심사과정에서 삭감되거나 배제된 예산이 다시 늘어나거나 되살아나곤 한다. 그런 일이 올해도 되풀이됐다. 그런데 깊이 유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 사회기반시설을 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체로 후속투자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박물관을 짓는다고 할 때 박물관에 소장하고 전시할 유물과 작품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전시할 전문인력, 즉 큐레이터도 채용돼야 한다. 말하자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와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것도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꾸준히 투자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액을 들여 건립한 시설에 곰팡이만 피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전국의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 가운데 상당수가 특색 없고 프로그램도 빈약하다. 훌륭한 시설을 갖춘 음악당도 우수한 연주단체가 없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관객이 없어 객석이 썰렁한 경우도 적지 않다. 안상수 의원 지역구에 설치될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나 김성태 의원 지역구에 배정된 항공박물관의 경우는 과연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정부가 내년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해 확충한다는 도서관과 문화·체육시설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들 시설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외형이 아니라 콘텐츠와 사서를 비롯한 인력이다. 지금 한국은 성장방식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을 비롯한 하드웨어에 의지하는 성장은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 어떤 사회기반시설 등의  하드웨어가 경제성장을 이끌거나 경제침체를 막아주는 특효약 노릇을 해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시설들을 알차게 운영할 인력과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시대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경제성장의 동력과 개념도 재정립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최고의 민간외교관' 박항서최한영 정경부 기자지난 15일 밤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이 말레이시아를 1대0으로 꺾고 우승한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박항서 감독의 ‘파파 리더십’이 부각되고 여기저기서 포상금이 답지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SBS가 생중계한 스즈키컵 결승 2차전 시청률이 18.1%(전국 기준)로 집계됐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4강 신화를 썼지만 이후 아시안게임 대표팀·K리그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자 사실상 쫓기듯 베트남으로 떠났던 박 감독의 인생도 재조명되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선전에 한국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를 놓고, 많은 이들이 박 감독의 도전정신과 함께 한국과 베트남 간 ‘특별한 역사’를 꼽는다. 호치민·하노이 등 대도시나 젊은 층들에게서는 다소 잊혀졌다고 해도, 베트남전쟁 당시 주민들이 입은 상처에 한국이 일정부분 관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한국이 동북아 패권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들과 연대해 중국과 일본의 다툼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베트남전쟁 당시 전쟁범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베트남 국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에 나서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한국사람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이채롭다. 문득 박 감독이 우승 인터뷰에서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고 말한 장면이 겹친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국민들 사이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꽤나 높아졌을 것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공적개발원조(ODA) 총액은 일본·중국에 못미친다. 편성한 ODA 자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ODA가 외교부 기본심사도 받지 않고 추진돼 예산낭비는 물론 외교갈등의 소지까지 될 수 있다” “ODA 사업 후 제대로 된 교육이나 사후관리가 없어 지원된 장비가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돈쓰면서 욕먹는 사이 그 빈틈을 기업이나 개인의 노력으로 메꾸는 모양새다. 이번만 해도 축구대회 우승을 통한 베트남 내 국가브랜드 제고를 ‘민간외교관’ 박 감독이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의 희생·노력이 국가이미지를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 이태석 신부는 남수단 국민들을 울렸고,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을 찾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박 감독의 선전도 그 자체로 흘려보내기 아까운 기회다. 문재인정부가 강조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파트너로 베트남이 부각되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이 힘을 모은다면 또 다른 가치창출이 가능할 줄로 믿는다. 최한영 정경부 기자(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