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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부끄러운 법률가의 민낯

2017-03-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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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만큼 법률가의 민낯을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다. 과거에도 권력과 돈에 충성한 법률가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무더기로 등장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여러 명의 법률가들이 여러 방면에서 법률가의 본질을 샅샅이 보여줄 기회는 없을 것이다.
 
법률가는 법률로 무장하여 대리인을 위하여 싸우는 자를 말한다. 법조인이라고도 부르지만 시민 중심의 세상에서 법률가가 더 적합한 용어다. 법률이라는 투구와 갑옷 때문에 민낯, 본질을 쉽게 알 수 없다. 입으로는 법률과 정의, 인권과 양심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검찰이고 일부 검사가 정치검사인 것은 대한민국의 상식이다. 권력형 비리에 법률가가 언제나 끼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전관예우는 법률가의 특권과도 같다. 그래도 우리가 법률가의 민낯, 법률가의 본질을 알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타락과 비리는 부분적으로 비치기 마련이다. 어쩌면 법률가의 본질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은 법률가의 본질을 알게 되어버렸다. 갑자기 수많은 법률가들이 등장하여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실천과 행동은 본질을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등장한 여러 법률가들은 자신의 몸으로 법률가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떠한 꾸밈이나 과장없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사태에 핵심에는 법률가들이 있다. 법률가들을 빼놓고는 국정농단 사태를 설명할 수 없다. 박근혜, 최순실 사태의 시작은 홍만표, 진경준, 김형준 등 고위직 전현직 검사의 비리였다. 전관예우, 고위공무원의 부패 문제였다. 부패검사를 수사하라는 요구는 높았다. 그러나 검찰은 무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무능과 비호도 있었다. 인사과정에서 비리를 발견하지도 못했고 무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용해 돈을 추구하다 범죄까지 벌이는 법률가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 것은 법률가들이었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등 법률가들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김기춘, 우병운은 고위직 검사출신이다. 정치인 조윤선도 변호사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박근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도왔다. 결정적인 장면은 최순실이 귀국할 때 벌어졌다. 검찰은 귀국 직후 소환하지 않았고 하루의 여유를 주었다. 그동안 수많은 증거와 자금이 사라졌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등은 공범의 수준을 넘어 직접 범죄행위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이들은 직접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이에 저항하는 공무원들을 제거했다. 정윤회 사건을 조작했고 나아가 특별감찰관 이석수를 협박했다. 국정조사 과정에서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태연하게 위증을 했다. 마치 앵무새처럼 최순실을 모른다, 블랙리스트를 모른다, 직권을 남용한 적이 없다고 위증했다. 수사과정에서도 법망을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피해다녔다. 권력을 추구하다 마침내 권력 자체가 되어버린 법률가의 모습이다.
 
박근혜 최순실 사태는 탄핵재판과 형사재판으로 이어진다. 여기에서도 법률가들은 두드러진 활약을 한다.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하는 법률가가 아닌 거리의 법률가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님에 비교하고 탄핵반대 집회에 계속 등장하는 서석구 변호사,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국회 수석대리인이라고 비난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할 것을 선동하는 김평우 변호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에게 법률과 재판, 정의와 양심, 지성과 절제는 신성하지 않다. 자신에게 유리할 때에만 이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법률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마저 없다. 권력을 추구하다 권력이 되어버렸고 이제는 더 이상 권력 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권력과 돈, 이것이 이번 사태에서 등장한 법률가들의 민낯이다. 권력과 돈을 쫓다가 권력과 돈,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법률가들의 민낯이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얼마나 더 타락할지 아무도 모른다. 정의와 양심을 저버린 법률가는 권력과 돈의 화신일 뿐이다. 권력과 돈을 지키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할 따름이다. 왜 당사자는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관전하는 평범한 법률가인 내가 부끄러운지, 그것은 아마 양심이라는 존재 때문이리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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