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 업황의 침체 속에서도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올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들 채널은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로 소량의 소비를 선호하는 수요층에게 어필하고, 근거리 쇼핑 트렌드 확산에 따른 장점이 부각되며 높은 인기를 구가해 왔는데요.
하지만 근래 점포 난립에 따른 포화 상태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함에도 불구, 업계는 기존의 출점 전략 및 마케팅 방식을 고수하면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점차 어려움을 겪는 추세입니다. 무엇보다 경기 불황 장기화로 물가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점이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 매출 동향 자료 분석에 따르면 올해 1~4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SSM 등 4대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 중 SSM만 유일하게 고객 1인당 구매액과 점포당 매출액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기간 SSM의 월평균 1인당 구매액은 1만71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408원보다 1.2% 줄었습니다. 또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도 3억4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3억6000만원 대비 3% 감소했습니다.
편의점 역시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기간 편의점의 1인당 구매액은 1년 전보다 2.3% 많아졌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울러 올해 1분기로 한정할 경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줄었는데요. 편의점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2분기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서민층 소비 심리 크게 위축…소규모 쇼핑마저 감소
올 들어 이들 채널의 부진이 두드러지는 것은 고물가 현상 고착화로 서민층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SSM의 경우 주요 판매 품목인 주요 식품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인데요.
SSM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신선식품이나 식재료를 근거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채널입니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다량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수요층에게 크게 어필한 점도 한몫했는데요.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지면서 이 같은 SSM의 장점은 점차 희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기록했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4.1%로 평균 물가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지난달 가공식품의 소비자물가 기여도(작년 동월 대비)는 0.35%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SSM을 포함한 일선 오프라인 유통 매장에서 판매하는 주요 가공식품 34개의 소비자 실구매가를 조사한 결과, 24개 상품이 1년 전 대비 비싸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평균 상승률은 7.1%에 달합니다.
한 SSM 업계 관계자는 "소량의 물건을 구입하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SSM이 인기를 끌었는데, 올 들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이어지다 보니 소규모 쇼핑 수요층마저 줄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주력 품목이라 할 수 있는 식료품 가격이 오르다 보니, 고객을 유인할 대안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물가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같은 전반적인 먹거리 가격 상승세는 편의점 시장의 부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특히 편의점의 경우 최근 수년간 점포 난립에 따른 점주들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점도 성장 둔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4곳 업체 편의점 점포 수는 5만5000여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4만2000여개에 불과했던 2019년 대비 30% 정도 급증한 것입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점포들이 포화 상태에 달하면서 업태가 성숙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데다, 심각한 내수 침체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특히 편의점은 젊은 수요층을 중심으로 즉흥적인 소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같은 소비 패턴마저도 줄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편의점, SSM 등 채널의 경우 소비자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실정 속에 객단가를 높여야 하는데 이 부분이 여의치 않다"며 "업체별 제품 구성이 비슷하다 보니 차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내수 침체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으면 분위기 반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매대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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