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수도권과 지방, 서울 강남과 비강남 지역 간 집값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쪽은 회복 또는 상승세를 보이지만, 다른 한쪽은 거래 절벽과 미분양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부동산 양극화’는 더 이상 단기적인 흐름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부동산 전문가 5인은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회복 여부와 무관하게 규제 위주의 정책과 인프라 불균형이 지속될 경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리서치랩장은 집값 양극화의 배경을 정부의 다주택 규제와 수도권 쏠림에서 찾았습니다. 함 랩장은 “인구, 일자리, 생활 인프라가 몰린 수도권에 대한 선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대출·세금 규제를 강화했다”며 “이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전략과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가 촉진됐고 자산 상품별·지역별 가격과 거래량의 수요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급 확대 방안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현실화해 수요 억제책의 부작용을 상쇄시킬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세 시장에서도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고 위원은 "전세 매물이 강남에 집중되고, 중저가 지역은 물량이 부족해 전세가격이 이들 지역부터 먼저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전세 수요층이 월세로 밀려나면서 전·월세 비중의 양극화도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 매물 감소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한 것이 시장 불균형을 더 키웠다"고 강조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의 공급정책이 수요 기반과 맞지 않는 ‘일률적 확대’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지방 미분양은 단순한 경기 문제가 아니라, 수요 기반 자체가 약해진 구조적 문제”라며 “과잉 지역은 공급을 줄이고, 성장 거점만 선별적으로 공급을 허용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정부의 규제가 핵심지 선호를 부추겼고, 거래가 회복되지 못하는 지역과 격차를 벌려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며 “공급 정상화와 규제 조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공급량 자체보다 지역·방식 조율하는 정책 설계 필요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지금은 ‘집이 부족한 시대’가 아니라 ‘쓸 만한 집이 부족한 시대’”라며, 양극화가 주거의 질과 신축 선호에 따른 수요 집중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민간 부문에서 공급을 늘리기엔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 전세나 공공임대주택을 정부 주도로 확대해야 서민 주거 안정과 양극화 해소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물량을 공급하면 당장 전세 수급 안정과 월세화 대응에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서울 핵심지에 수요가 몰리는 구조가 계속되는 이유는 정부 규제가 오히려 핵심지 회복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라며 “대출 규제와 결합된 규제 지역 확대로 서울 외곽과 지방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요 분산을 위한 대안으로 “지방에 5년 양도세 면제, DSR 완화 같은 획기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며 “지방 규제를 단순히 풀었다고 해서 혜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행 규제 중심의 부동산 정책으로는 시장 전반의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비핵심 지역의 위축만 초래하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한 반면, 지방과 외곽 지역은 회복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공공임대 확대, 맞춤형 공급, 지역 수요 기반 강화, 실효성 있는 지방 인센티브 제공, 규제 조정과 수요 분산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특히 구조적 양극화를 완화하려면 공급 자체보다 공급의 지역과 방식을 조율하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수요가 집중된 지역에 적정한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해야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방 인구 유출과 전세 매물 감소 등 시장 내 불균형이 심화되는 만큼, 실수요자 보호와 수요 분산을 위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지역별 여건을 반영한 탄력적인 대응과 정밀한 규제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지방 소멸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유인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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