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옮겨라" 정치권 흔들기 언제까지
지주사 포항 설치 합의에 전남은 철강 본사 이전 요구
박창환 부지사 17일 상경해 요구안 전달
업계 "선거 때마다 경영간섭, 이제 그만둬야"
주주총회에서 공식입장 발표 여부 주목
2022-03-17 12:29:05 2022-03-17 12:29:05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18일 주주총회를 앞둔 포스코(005490)홀딩스가 또다시 소재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내년 3월까지 경상북도 포항시에 옮기기로 하자 이번엔 전라남도가 철강회사 포스코 본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포스코 흔들기를 그만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1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광양시, 전라남도의회, 광양시의회, 광양상공회의소와 함께 포스코 지주사 포항 이전 관련 전남도, 광양시와 상생협력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라남도)
 
 
17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박창환 전남도 정무부지사와 광양시 관계자 등 8명이 이날 오후 2시 서울 포스코홀딩스를 방문해 김학동 부회장에게 상생협력 요구 성명서를 전달했다.
 
전남도와 광양시, 시의회 등은 지난 15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본사 광양 이전, 차후 신규법인 설립 시 본사 광양 설치 등을 요구했다.
 
전남 요구안에 경북·포항 반발
 
포항에 짓기로 한 포스코 미래기술연구원 내 '수소저탄소 에너지 연구소'와 '이차전지 소재 연구소' 광양 이전, 기존 전남 지역에 대한 5조원 투자 이행과 이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 투자 확대 등도 요구안에 담겼다.
 
포항 지역사회에선 전남의 포스코 이전 요구에 명분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창호 포스코 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장은 "포항제철이 1968년 포항에 설립됐는데 전남에 세우라는 주장은 명분이 없다"며 "포항은 (포항제철 설립 이후) 50년간 환경 피해를 입었고 포스코가 전남 광양제철소를 포항보다 웅장하게 설치했는데 포스코 본사를 전남에 두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청 관계자도 "포스코는 경북 포항의 토종 기업으로 포스코와 미래기술연구원이 (전남으로) 이전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며 "포스코 본사를 포항에 그대로 두더라도 광양에 대한 포스코의 신산업 투자 계획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전남 측은 그간 기업 경영에 간섭하지 않으려 했지만 경북 포항이 실익을 가져간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대해 관여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포항시가 치고 나가서 지역의 소외감이 부각된 상황"이라며 "(광양에) 3년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부분이 과연 맞는지, 그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포스코 흔들기는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6월 지방선거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 지주사 포항 설치를 이끌어낸 이강덕 포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각각 3선과 재선 의사를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정치권에 의한 기업 운영 변화가 있어야 하느냐"며 "포스코가 경영권을 독립적으로 확립할 수 있도록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전남도는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현상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이라며 "중립적인 부분에 있다가 손해를 본 느낌이 있어서 그 부분(지역 홀대론)에 대한 부분(걱정)을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포스코 이익을 많이 창출하는 부분이 자동차 강판 생산이어서 포스코에 대한 광양 지역 기여도가 더 높은데도 지역 환원 사업이 본사 중심"이라며 "어찌 보면 서운하고 홀대 당했다는 응어리가 터졌고 행정기관이 이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사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 질의응답 때 입장 낼 듯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포스코홀딩스가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관심을 끈다. 지주사 소재지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옮긴다는 합의는 주주총회 안건 확정 이후에 진행됐다. 이 때문에 사측이 먼저 공식 입장을 밝히는 절차는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주주들이 지주사 포항 설치와 전남도의 철강사 포스코 본사 이전 요구 등에 대한 질문을 펼 가능성이 높아 질의응답 시간에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포스코는 "향후 3년간 광양에 대한 5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해 지역 상생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지역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금처럼 지역사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겠다"고 답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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