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에 전장연까지…“서울시, 사람에 대한 예의·존중 잊어”
서울시, 서울광장 분향소 무허가 시설 간주 변상금 부과
유가족 측 부당한 행정조치, 강력 반발 긴장감 고조
2023-04-11 16:00:24 2023-04-11 18:13:47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에게 '원칙'을 내세워 강경대응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게 서울광장 분향소를 무단으로 설치·사용했다며 변상금 2900만원을 부과했고, 3년째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전장연에게도 '무관용'을 앞세워 강하게 대응합니다.
 
일각에서는 '원칙'도 좋지만, 서울시라는 행정기관의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들이 무모하게 떼를 쓴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행정기관이 보듬어야 할 시민들입니다.
 
한 쪽은 어제까지 같은 공간에서 숨쉬던 자식과 가족을 하루 저녁에 잃은 유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성한 몸으로도 살아가기 힘든 세월에 불편을 안고 하루를 보내는 장애인들입니다. 
 
이태원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서울시가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조차 잊었다고.
 
서울광장 문향소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서울시)
 
서울시 “법·조례에 따라 무허가 시설 사용료 부과”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에게 2월4일부터 4월6일까지 사용한 서울광장 분향소 72㎡에 대한 변상금 2899만2760원 부과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이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서울광장 조례에 따라 면적과 사용료에 비례해 부과한 액수로, 분향소를 무허가 설치 시설물로 분류해 20% 가산금을 더했습니다.
 
서울시가 부과 기준으로 삼은 지난 6일은 서울시와 유가족 사이에 16차례 대화가 결렬된 날입니다. 대화가 소득없이 종료되자 곧바로 행정조치에 착수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유가족과의 대화 종료를 발표하며, 분향소 철거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과 조례에 따라 부과한 변상금을 납부하지 않게 되면 납부 의무자의 재산을 압류하게 돼 있다”라며 “철거일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족 “최소한의 예의·존중 잊어”
 
유가족 측은 서울시의 변상금 부과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11일 성명을 내고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조차 잊은 듯한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에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일방적 강요로, 부당한 고액의 변상금 부과로, 행정대집행 강제철거 위협으로, 몰아붙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시민들과 분향소를 지켜낼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서울시는 16차례의 대화에도 대안과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대화 종료 근거를 밝혔지만, 유가족 측은 일방적인 입장 수용만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잇습니다.
 
명예회복이 일정부분 이뤄지면 자진철거하겠다는 유가족과 달리 서울시가 1~5일 분향소 합동운영 후 6일 철거를 강요했다는 내용입니다.
 
또 유가족 측이 분향소 설치 직후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으나 단 하루만에 거부 처리당한 상황에서 변상금 부과 역시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경찰과 유가족이 대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가족·전장연 ‘강대강’에 커지는 갈등
 
행정기관인 서울시의 기본 입장은 원리·원칙 준수입니다. 법과 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서울시의 특성상 정치·사회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일을 처리하려면 원리·원칙 준수는 필수입니다.
 
다만, 유가족이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존중·배려없이 원리·원칙만 강조하는 경우 갈등만 커질 수 있습니다.
 
서울시와 유가족·전장연과의 지나친 강대강 양상이 이어지면서 갈등만 키울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경우 150일 넘도록 합법적 분향소나 추모공간 하나 없습니다. 우여곡절을 감안해도 사태가 벌어진 관할 지자체이자 유가족 지원을 자처했던 서울시의 책임이 적다 할 수 없습니다.
 
전장연 갈등은 더 길어져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는 동안 계속되는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인한 시민 피로도도 상당합니다. 
 
법과 조례에 따른 엄중한 집행도 물론 중요하지만, 긴장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건 관용과 배려이기도 합니다.

서울시 "유가족, 전장연과 충분히 대화, 일부 성과도"
 
이에 대해 서울시는 원리·원칙을 기본으로 하되 상대에 맞춰 대화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랜기간 유가족·전장연과 대화해왔으며, 유가족에 합법적 분향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고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변상금 부과할 수 밖에 없다고 안내도 했다”며 “전장연의 경우도 훨씬 오랜시간 만나고 대화해 왔으며, 기재부가 아닌 서울시에 해당하는 부분은 일정부분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