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HJ중공업·신탁사업 부진…한국토지신탁 '이중고'
HJ중공업 대규모 적자에 지분법 손실
사업환경 악화에 신탁·리츠사업도 '주춤'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 주력하는 한국토지신탁
2023-09-18 06:00:00 2023-09-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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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성중 기자] 대형 부동산 신탁사로 꼽히는 한국토지신탁(034830)의 실적 하락이 지난 2021년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한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의 대규모 손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본업’인 신탁사업에서도 부진을 이어가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토지신탁 사옥 전경.(사진=한국토지신탁)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882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55.5% 감소했다. 회사에는 올 상반기 지분법손실 384억원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15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를 적자로 마무리했다.
 
'지분법손실'에 발목 잡힌 상반기
 
한국토지신탁에게 지분법손실을 가져다준 곳은 회사가 투자한 사모펀드들이다. 상반기 에코프라임마린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에코프라임마린)와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에서 각각 266억원, 108억원의 지분법손실이 발생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에코프라임마린의 지분 90.3%,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의 지분 87.0%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사모펀드에서 발생한 손실이 한국토지신탁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토지신탁이 8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는 지난해 말 기준 동부건설(005960) 지분 56.4%를 보유하고 있다. 키스톤에코프라임스타는 한국토지신탁과 키스톤PE가 동부건설 인수를 위해 출자한 사모펀드다. 동부건설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8877억원, 영업이익 10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매출 6093억원, 영업이익 250억원) 대비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었다. 그러나 297억원의 지분법손실이 발생하며 178억원 당기순손실을 봤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건설현장의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라면서 “여기에 한국토지신탁과 함께 투자한 사모펀드의 손실 영향으로 자사에도 지분법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신탁과 동부건설은 지난 2021년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097230)) 인수를 위해 각각 850억원을 출자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에코프라임마린에 투자하고, 이 사모펀드가 동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해 설립한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유한회사가 한진중공업 지분 66.8%를 사들였다. 결국 HJ중공업의 이익과 손실이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 에코프라임마린, 동부건설, 키스톤에코프라임, 한국토지신탁에 지분법에 따라 차례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HJ중공업은 올 상반기 연결 기준 9063억원의 매출과 8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력 사업인 조선과 건설부문에서 모두 손실이 발생했다. 조선부문에서는 1463억원, 국내 건설부문에서 958억원의 누적공사손실이 기록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 건설부문에서 인식된 당기순손실은 각각 670억원, 263억원에 달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사는 건설사를 인수한 것이 아닌 사모펀드에 투자한 것”이라며 선을 그으면서도 “펀드가 인수한 건설사의 손실 발생으로 투자 성과를 속단할 순 없기 때문에 당장 해당 펀드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계획은 없다”라고 말했다.
 
신탁사업 성과도 '시큰둥'…"도시정비사업 주력"
 
올 들어 한국토지신탁은 ‘본업’에서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 203억원, 당기순이익 16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영업이익 311억원, 당기순이익 227억원) 대비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한국토지신탁의 실적은 영업단과 영업외단이 동시에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라며 “기존 현장에서의 충당금 반영이 지속되는 가운데 신탁계정대 증가와 자산 건전성 분류 강화 등으로 충당금 이슈가 단기간 내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전년 대비 실적이 특히 많이 하락한 부문은 리츠(REITs)다. 올 상반기 리츠자산운용으로 47억원, 리츠자산취득으로 5억원 등 총 52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는데, 이는 총 176억원의 수익을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토지신탁은 현재 14개, 총 3조497억원 규모 리츠를 운용 중인데,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권을 확보한 단지들을 중심으로 리츠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한국토지신탁은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 도시정비사업은 한국토지신탁이 '돌파구'로 점찍은 사업이다. 최근에는 한국자산신탁(123890)과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와 신탁방식 정비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도 신탁방식 재건축 수주를 노리는 신탁사들의 ‘전쟁터’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10단지의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한국토지신탁은 아직 사업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5단지, 13단지의 수주를 노릴 전망이다. 실제 한국토지신탁의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 수주잔고는 지난해 12월 말 2868억원에서 올 6월 말 3085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신탁업계의 리스크로 지목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은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영위할 수 있는 도시정비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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