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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공급망 재편)③전기차 성장통…속도조절론 부상
미국·유럽 전기차 정책 '역주행'
벤츠-GM-포드 등 전기차 생산 목표 축소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 '캐즘' 빠져
"너무 빠른 성장 탓…부정적 요소 보완 시기로"
2024-03-27 15:56:22 2024-03-27 17:45:0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당장이라도 전기차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탄소중립, 즉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친환경이 핵심이고 여기에 전기차는 그 자체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으로 여겨졌죠. 하지만 최근 미국,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찬바람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최근 2032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을 56%까지 높이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최종안을 발표했습니다. 전기차 비중은 기존 목표치(2030년 67%)보다 낮아졌고 전기차 연비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됐습니다.
 
미국·유럽 중심 전기차 속도 조절론 확산
 
전기차 생산엔 내연기관차에 비해 인력이 덜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업계 노조가 전기차를 빠르게 늘리자는 정책에 강력히 반발해 온 점이 영향을 끼쳤는데요. 대신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비중을 13%, 하이브리드 차량 비중을 3%로 각각 조정했습니다.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반영해 자동차 업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판매를 촉진한다는 방침이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1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 국제 오토쇼를 방문해 캐딜락의 전기차 '리릭'에 시승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서 유럽의회도 최신 배출가스 규제 '유로7'을 초안보다 완화했습니다. 유럽의회 다수당인 유럽국민당(EPP)도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을 철회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론이 쟁점화되면서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철회하거나 전환 목표를 늦추면서 전략 수정에 나선 상태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당초 내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최대 50%로 늘릴 계획이었지만 이를 5년 연기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도 2035년까지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기존에 밝혔던 생산 목표를 철회했습니다. 이에 올해 상반기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20만~30만대로 낮췄죠. 포드는 2026년 말까지 연간 2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이 계획을 포기했습니다.
 
전 세계 전기차 수요 주춤
 
전기차 시장은 각국의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데요.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641만2000대로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성장률(33.5%)의 절반 수준입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주차장에 전기차량이 충전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고금리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비싼 전기차 가격과 충전 시설 부족 등이 꼽힙니다. 여기에 각국의 보조금 정책도 축소되고 있죠. 중국, 영국, 스웨덴 등이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폐지했고 올해 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려고 했던 독일도 지난해 말 중단했습니다.
 
업계에선 전기차 시장 위축이 대중에게 수용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보는데요. 이를 '캐즘(chasm)'이라고 합니다. 제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까지 넘어야 하는 침체기를 가리키죠. 결국 가격 인하 경쟁을 통해 침체기를 버틴 업체들이 향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전기차는 결국 가야하는 길…부정적 요소 없애야"
 
김철수 호남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둔화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결국에는 가야하는 길"이라며 "이 시기에 주저하면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진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전기차 시장의 숨 고르기가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전기차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일자리, 부품 생산 등 흐름에 역행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공급 확대는 필연적이지만 이 시기에 전기차 약점인 가격, 충전 인프라 등 부정적인 요소를 보완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약해지자 전기차 감산과 함께 가격을 내리는 동시에 당분간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노경완 한국에너지공단 자동차연비센터장은 "전기차는 효율을 보다 높여야 하고 하이브리드차와 보조를 맞춰가며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며 "또 하이브리드차는 아직까지 내연기관차 부품 생산에만 머물러있는 대다수 국내 중소부품 업체를 전기차 부품으로 전환하게끔 유도할 수 있는 훌륭한 가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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