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 부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관건은 환자 데이터
15년만에 법적용…각종 서류 병원이 보험사로 '알아서'
"보험소비자 편의 증진"…보험개발원 중계 괜찮나
2024-05-29 09:00:00 2024-05-29 09:00:00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지난 21대 국회에서 천신만고 끝에 부활한 법이 있습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29일 첫 선을 보인 프로그램 '야단법석'에선 해당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통과된 법 중에서도 '좋은 법'으로 꼽았습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은 오는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다만 '환자 데이터 관리'는 관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환자 개인의 의료 관련 데이터가 중계기관에 쌓여 유출될 위험이 있고, 정부의 의료계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섭니다.
 
15년 만에 법 적용…가입자 편의성 크게 개선
 
지난해 10월 국회는 실손보험 청구 과정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의료계 반발로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다가 재탄생한 건데요. 
 
지난 2009년 10월 실손 의료비 보험 통일 이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한 뒤 무려 15년 만에 법이 현실에 적용될 예정입니다. 병상 30개 이상 병원에서는 오는 10월 25일부터, 의원·약국에서는 1년 뒤인 2025년 10월 25일부터입니다.
 
겨우 21대 국회를 다시 통과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이 가지는 의미는 큽니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중 4000만명 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 실손보험 가입자가 더 이상 보험사에 별도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의료기관이 보험사로 진료비 영수증이나 세부내역서, 처방전 등 각종 서류를 직접 보내기 때문입니다. 이미 자동차보험의 경우, 병원이 교통사고 환자 병원비를 청구하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전산 시스템을 갖춘 상태입니다.
 
"환자 정보유출 우려 해결해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시행을 앞두고 고민할 문제는 환자 데이터 유출 우려입니다. 의료기관이 보험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전산망을 통해 전문 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전송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 개인정보가 남용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의료계는 이같은 이유로 이 법안을 반대했습니다.
 
중계기관 선정에 대한 불신도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아직은 법 시행 전이라서 중계기관을 선정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보험개발원이 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보험개발원은 신뢰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습니다.
 
지난해 5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사기업 연합체이자 민간보험사 수익 극대화 역할을 하는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이 되는 것은 사설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설립하겠단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황방열 뉴스토마토 선임기자는 '야단법석'에서 "개인 데이터, 특히 의료 관련 데이터는 조심히 다뤄야 한다"며 "데이터가 오래 축적되면 보험사가 보험급 지급 거부 사유를 만들기 쉬워진다"고 짚었습니다.
 
김상일 미래재정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사실 전자든 수기든 데이터는 기존에도 보험사에 쌓이고 있는 데다 개정안에 '목적 외 사용금지'가 명시돼 있어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데이터 우려'는 기우"라면서도 "다만, 보험개발원이 중계기관을 맡을 경우 정부가 비급여가 과도하다거나 어느 병원이 지나치게 청구 규모가 많다는 등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긴급토론회 현장. (사진=뉴시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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