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밸류업 현주소)②현대건설, 주주 환원 '지속'…신사업 경쟁력 '강화'
2025년까지 주당 최소 600원 배당 예고했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
신사업 육성으로 배당 정책 실시 예고…성과 나올 때까지는 시일 걸릴 듯
글로벌 원전·SMR 시장 공략 여부 '주목'…내년 불가리아 원전 수주 유력
2024-08-21 06:00:00 2024-08-21 09:26:54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9일 17: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주환원 강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이에 따른 주가부양을 위해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참여가 시작됐지만, 대다수 기업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말부터 급격히 업황이 악화된 건설업계는 셈법이 복잡하다. 그럼에도 탄탄한 영업실적과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치는 기업이 있다. <IB토마토>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가능성이 높은 건설사들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현주소를 짚어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내놓은 주주 환원책이 경쟁 건설사 대비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탄한 재무구조와 실적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자사주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사실상 주가 부양의 ‘핵심’으로 꼽히는 신사업 육성 성과의 가시화가 절실하지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사옥.(사진=현대건설)
 
‘호실적 전제’ 배당 확대 정책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건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16% 하락한 3만750원에 마감됐다. 이날 종가 기준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2배로 주당순자산가치(BPS)를 ‘1’로 맞추기 위해선 2배 이상의 주가 상승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여전히 0.4배에 머물러 있는 PBR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재의 배당 성향을 최소한 유지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걸었다. 지난해 10월 현대건설의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의 20~30%를 배당키로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최저배당금도 600원으로 설정했다.
 
다만, 이는 예년 대비 확대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도 1주당 600원의 현금 배당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또 같은 기간 조정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률은 2021년 51.1%, 2022년 22.3%를 기록했다.
 
특히 배당률이 높았던 2021년을 제외하면 회사는 매년 당기순이익 20~30% 수준의 배당률을 유지해 온 것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 2020년에도 향후 3년간의 배당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높은 배당률 영향으로 2020~2022년 평균 배당성향은 34%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배당성향은 12.6%로 2022년(16.5%)보다 3.9%포인트 감소했다.
 
현대건설 측은 IR자료를 통해 “현금흐름 방식 등 다양한 배당 정책을 검토했으나, 현금흐름 변동성이 큰 건설업 특성상 경영실적을 기반으로 한 ‘실적연계방식’ 배당 정책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당초 결산기 말(12월31일) 확정했던 배당 기준일도 올해부터 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했다. 회사는 배당 기준일 최소 2주 전 해당 내용을 공시하기로 했는데, 이는 주주들의 배당 가능성 예측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은 ‘무리’…신사업 성적표 ‘주목’
 
경쟁사인 삼성물산은 올 들어 현재까지 7676억원 어치 자사주를 소각하며 SK이노베이션(7936억원)에 이어 산업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소각 규모를 기록했다.
 
다만 현대건설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삼성물산(028260)과 같이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기준 현대건설의 보통주는 1억1135만주로 전체 발행주식(1억1241만주)의 99.1%를 차지한다. 발행주식 대부분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기에 보유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다만 회사는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6월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130.2%로 지난해 말(126.8%)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9.2%에서 –2.6%로 늘어나는 데 그치며 차입금이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제시한 경영전략은 배당도, 자사주 소각도 아닌 ‘신사업 육성’이다.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영업이익의 50% 이상을 사업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사업부지와 사회간접자본(SOC) 지분투자 등 전통적인 자본적지출(CAPEX) 투자도 이뤄질 전망이지만, ‘에너지전환사업’ 추진에 많은 투자를 단행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이 예고한 에너지전환사업 투자에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해체 등 원전 밸류체인 전 공종 △해상풍력 △전력중개사업(VPP) 등이 있다. 실제 현대건설은 올해 2월 불가리아 원자력공사가 발주한 코즐로두이 원전 신규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원전 시공을 포함한 총 사업비는 140억달러(약 18조7000억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다.
 
또 미국 원자력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SMR 설계에 착수하며 향후 발주될 글로벌 SMR 사업 수주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에 대한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사업으로 육성중인 원전 관련 사업의 경우 대형원전은 물론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체,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전 생애주기에 대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련 LS(006260)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강점 공종이자 에너지 트렌지션, 수주 풀 업사이드 측면에서 유의미한 프로젝트는 원전”이라며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의 경우 내년 중 본격 시공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 외 조달 포션까지 고려할 경우 적지 않은 금액의 수주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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