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우리나라 정당도 멋진 전당대회를 할 수 없을까?
2024-08-29 06:00:00 2024-08-29 06:00:00
최근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전당대회에서 하는 연설 내용이 참 품격이 있다고 합니다. 또 나흘간에 이어지는 축제 분위기도 마찬가지로 부럽습니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나라의 크기와 전통이 다르긴 하지만, 규모와 형식 그리고 내용적 차이가 느껴집니다. 어쩌다가 이런 차이가 왔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정당들이 하는 전당대회(대의원대회, 전국당원대회도 법적 지위는 동일함)는 두 종류입니다. 하나는 2년마다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이고, 다른 하나는 5년마다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입니다. 이번 미국의 전당대회는 대통령 후보 지명 전당대회라고 하지요. 우리나라는 정당법과 정당체제는 의회 중심 내각제 나라의 정당과 같습니다.
 
주요한 특징으로 첫째 강력한 규율을 가진 중앙당 중심의 정당체제입니다. 둘째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독자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강제적 당론으로 규제합니다. 셋째 당원은 당비납부와 활동의 의무를 가지며, 수백만 명 이상을 가진 대중정당입니다. 단적으로 한국 정당은 중앙당 대표가 존재하고, 중앙당이 공천하고, 중앙당이 당론을 강제하는 정당이고, 현재 미국 정당들은 정반대로 중앙당이 아니라 공직 후보자는 지역 유권자가 선출하기 때문에 두 나라 정당은 유사성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 전당대회가 다른 이유 중에서 중앙당 대표를 선출하는 한국 전당대회와 중앙당 대표 역할을 의회의 하원 원내대표가 하는 미국은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없습니다. 미국은 전국위원회 의장이라는 상징적인 자리가 있을 뿐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공통을 하는 대통령 후보 선출과 지명 전당대회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가 선출되는 방식이 대의원대회에서 100만여 명이 참여하는 국민경선으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을 때는 2002년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이었습니다. 제주를 출발로 전국을 순회하는 경선을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은 후보 확정과 선출을 순회 마지막인 서울대회에서 하고, 미국처럼 따로 지명대회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당 정강정책 토론도 대선후보 지지연설도 없는 개표 당일, 당선자 연설로 끝납니다.
 
미국은 주별로 선출된 대의원에 의한 최종 호명투표를 후보 지명대회에서 합니다. 50개 주별 대표가 모여서 하루 만에 끝을 내는 대회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가능한 전당대회 효과(컨벤션 효과)를 최대화해야 하기에 나흘 내내 정책 토론회와 후보 지지연설 이벤트가 번갈아 가면서 마지막 날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모든 언론이 주목할 때, 국민도 주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초로 ‘40대 기수론’이 나온 70년 신민당 전당대회 대의원은 885명이었습니다.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정당들은 대의원 숫자를 가능한 한 키웠습니다. 한 때, 3천 명 내외였다가 실내체육관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 단위인 1만 5천여 명까지 늘렸습니다. 대의원 수가 늘어나니까 참여 범위가 넓어진 것은 좋으나 실질적으로 토론이 불가능한 전당대회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든 안건이 박수로 통과되는 이벤트 전당대회가 되고 맙니다. 전당대회를 통한 이념 가치 노선 토론은 거의 불가능하고, 각 계파의 조직 단위 세력대결로 흘러갔습니다.
 
요즘은 각 계파가 가진 조직적 정파적(?) 경쟁도 무력화시키는 ‘팬텀 정치부대’가 장악하면서 당대표 1인 체제로 굳어져 갑니다. 거대 양당제에서 상대 당에 이길 수 있는 지도자에게 몰표를 주는 방식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의 전당대회는 ‘선의의 아름다운 정책 경쟁’은 불가능하고, 다만 이상적인 바램으로만 남았습니다. 말이 많고 탈이 많았던 과거의 전당대회가 오히려 부러운 유산이 되어 버렸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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