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손해’…D램 폭등에 스마트폰 수익성 ‘비상’
D램, SoC 제치고 최고가 단일 부품
애플 “9월 메모리 비용 더 커질 것”
“수익성·판매량·매출 균형점 찾아야”
2026-07-31 14:46:22 2026-07-31 14:46:22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에 따른 메모리 가격 폭등이 스마트폰의 원가 구조를 바꿔놓고 있습니다.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시스템온칩(SoC)을 제치고 D램이 가장 비싼 단일 부품이 된 것입니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매출이 늘어도 수익성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업계는 프리미엄 제품 상쇄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하반기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여 원가 부담은 심화될 전망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을 찾은 시민들이 삼성전자 ‘갤럭시 Z8’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전분기보다 80% 이상 급등했습니다. 올해 2분기 D램(24%)과 낸드(18%)를 합친 메모리 원가 비중은 42%까지 상승했으며, SoC 비중은 22%로 감소했습니다.
 
D램이 SoC를 앞지른 것으로, 전년 동기만 해도 SoC 비중은 30%, D램과 낸드 비중은 각각 8%, 5%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 폭등에 오는 3분기에는 메모리 비중이 43%(D램 25%, 낸드 18%)에 달할 전망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저가 스마트폰은 제품 포트폴리오 최적화에도 마진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며 “플래그십 스마트폰도 원자재 비용(BOM) 상승으로 디스플레이·이미지 처리 시스템 분야에서 기술 도입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통상 스마트폰 부품은 연산 성능을 담당하는 SoC가 원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지만, 칩플레이션으로 D램의 가격이 더 뛰었다는 점에서 원가 구조가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같은 원가 상승 압박은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까지 모든 스마트폰 제품군에 적용되는 만큼, 업계는 카메라 등 다른 부품의 사양을 낮춰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30일(현지시각) 실적을 발표한 애플은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해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대홍수”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구매 비용에 대해 “6월 분기에는 3월 분기(회계연도 2분기)보다 메모리에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며 “9월 분기에는 더 높은 메모리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고객들이 애플 아이폰 에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금까지는 과거에 확보한 메모리 재고를 투입해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응했지만, 재고 보유 효과도 감소하고 있다며 일부 비메모리 부품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가격이 향후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렇다 보니 판매 호조로 외형 성장을 이뤄도 수익성은 낮아지는 현실입니다. 삼성전자(005930)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33조2000억원이었지만, 7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며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신형 폴더블폰 ‘갤럭시 Z8’ 시리즈와 새 폼팩터 ‘인텔리전트 아이웨어(AI 글라스)’를 출시해 모바일 AI 생태계 확장 전략을 펼칠 방침입니다.
 
다만 D램과 낸드 외에 SoC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아 스마트폰 수익성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는 퀄컴은 오는 9월부터 칩 공급가를 두 자릿수대로 인상한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웨이퍼 제조, 조립, 테스트, 첨단 패키징, 메모리 등 반도체 업계 전반에서 투입 비용이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더라도 가격 상승 폭이 크면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판매량·매출·수익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슈퍼사이클로 세트 업체들의 과거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덜 주면서도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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