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재연 기자] 일본산 쌀값이 전례없는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일본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비축미를 푸는 한편 한국산 쌀을 수입하고,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검토하며 가격 방어에 나섰는데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도 한국산 쌀을 사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토마토Pick에서는 일본산 쌀값이 급등한 배경과 향후 일본 정부의 대응 전망 등을 정리했습니다.
일본의 쌀값 폭등
원인은 소비↑ 유통↓
최근 일본 농림수산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슈퍼(소매상)의 쌀 5kg 평균 가격은 4214엔(약 4만2500원)으로, 1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년 전 대비 92.1% 오른 가격으로 197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인데요. 일본의 기록적인 쌀값 상승 배경으로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인한 ‘스시(초밥)’와 ‘오니기리(주먹밥)’ 소비가 증가한 것이 꼽힌다고 일본 농림수산청은 설명했습니다.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이 2023년 6월부터 1년간 소비한 쌀은 약 5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배 늘어났는데요. 반면 내국인 소비량(1인당 연간 소비량 기준)은 2012년 56.2㎏에서 2022년 50.9㎏으로, 10년간 약 10% 줄어드는 등 감소세였죠. 이밖에도 폭염 여파로 쌀 유통량 감소, 쌀농사의 고령화와 이농(離農) 가속, 지진에 따른 사재기 발생 등이 겹치며 일본산 쌀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가격 대응 실패한 정부
올해 들어 발생한 쌀값 급등 현상은 몇해 전부터 이어진 하락 요인이 복합적으로 터지며 발생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대응에 나섰지만 가격 방어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일본 정부는 쌀 구매량이 폭증하던 지난해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다가 올해 3월에야 정부 비축미 21만t을 방출했습니다. 이후 10만t을 추가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쌀값은 이미 폭등한 뒤였죠. 문제는 일본 정부의 비축미 방출에도 불구하고 가격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쌀 가격 동향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대응할 것"이라며 사실상 실패를 인정하고 추가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해외시장동향 보고서는 “많은 (일본 쌀) 시장 관계자들이 산지 쟁탈전을 하기 때문에 생산량이 증가했음에도 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습니다.
한국 쌀 소비량은↓
결국 일본으로 가나
일본과는 다르게 한국의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 중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는데요. 1998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처음 100㎏ 아래로 떨어진 후 2019년부터는 5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은 즉석밥 한 개(약 200g)보다 적은 152g 수준에 그쳤습니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밀가루, 고기 중심의 식단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외식·배달 증가로 패스트푸드, 빵, 면 요리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국내 쌀 수요가 감소하고 일본은 쌀 품귀 현상을 겪는 상황에서 결국 한국 쌀의 일본 수출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가격 경쟁력은 있나
농협인터내셔널은 지난 8일 통관 절차를 거쳐 국산 쌀 2t을 일본에 수출한데 이어 10t 규모의 추가 물량 선적을 마친 상태입니다. 농협 관계자는 "일본 내 쌀값 상승과 한국 쌀 소비 촉진 운동 등을 계기로 수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는데요. 문제는 가격입니다. 한국산 쌀 가격(배송비 포함)은 10㎏이 9000엔(약 9만원), 4㎏이 4104엔(약 4만1000원)으로 책정됐는데요. 하지만 일본 쌀 소매점 판매가가 5kg에 4000엔대(약 4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업체는 통관 비용, 관세, 운송비 등을 모두 포함해 산정된 금액이라고 설명했지만, 크게 다르지 않은 비용에 한국산 쌀의 일본 수출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죠.
미국산 쌀 수입 확대 검토
국민 달래기 vs 농가 반발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쌀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2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2라운드를 앞둔 일본 정부가 협상안으로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포함한 비관세 장벽 재검토안을 제시할 가능성에 힘이 실렸습니다. 이를 위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경제산업성, 농립수산성, 국토교통성 등 관련 부처에 대책 검토를 지시했죠. 이번 주 중으로 미국 측에 제시할 구체적인 협상안을 정리한다는 방침입니다. 쌀 수입 확대로 미국 측의 불만을 달래는 한편, 일본 내 쌀 부족 현상을 완화하여 국민적 기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정부는 기대하고 있는데요. 다만 오는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쌀 수입 확대는 자민당의 핵심 지지층인 농가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면서 정부는 협상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연 기자 damgo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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