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거덕' 서울교통공사)②(단독)안전발판 떠안은 스크린도어 인력
지난해 1월부터 올해까지 안전발판 589개 설치…추가 설치 급증
직원 1명당 스크린도어 50개 관리…안전발판 유지·보수 추가 부담
2026년까지 서울교통공사 인력 2212명 감축…노조 "2인1조 원칙 훼손"
2025-06-12 06:00:00 2025-06-12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차종관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승강장에 자동 안전발판을 600여개나 설치하기로 했지만, 유지·보수 인력은 충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 담당 직원들이 안전발판 유지·보수 업무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이미 1인당 50개의 스크린도어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안일한 인력 운영 탓에 직원들은 중노동에 시달리고, 시민들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월부터 서울 지하철 1~8호선 내 73개역사에 안전발판 589개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까지 6개역에 29개의 안전발판을 설치했던 것과 비교하면 추가 설치량이 급증한 겁니다. 이렇게 된 배경은 2023년 8월27일 3·4호선 충무로역에서 5세 어린이가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에 빠졌다가 구조된 사고 때문입니다. 사고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에 안전발판 확대 설치를 지시했습니다. 
 
2023년 4월7일 서울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내 설치된 자동안전발판 모습. (사진=뉴시스)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 빈 공간을 메우는 안전발판은 스크린도어와 연동돼 작동합니다. 전동차가 없을 땐 접혀있다가, 전동차가 승강장에 도착한 뒤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가 함께 열리면 바닥에서 펼쳐져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을 메웁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안전발판 업무를 스크린도어 담당 직원들에게 맡긴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하면서 안전발판 관리도 같이 하라는 취지인 겁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이미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격무에 시달린다면서 사측의 업무 배분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1~8호선 노선 282개역사에 있는 스크린도어 숫자는 1만9776개에 달합니다. 역사 1곳당 약 70개의 스크린도어가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에서 스크린도어를 담당하는 직원은 386명에 불과합니다. 스크린도어 관리는 보통 '2인1조'로 하는데, 1개조가 맡은 스크린도어는 평균 103개에 이릅니다. 직원 1명당 50개를 관리하는 겁니다. 
 
원래 서울교통공사는 안전발판을 설치한 시공업체들에게 장비 관리도 맡겼습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만든 '승강장 자동안전발판 확대설치 추진계획'에 따르면, 안전발판 시공업체는 장비를 설치한 후 하자담보 책임기간인 3년 동안 안전발판 유지·보수 업무를 하도록 됐습니다. 하지만 노조에선 시공업체가 모든 관리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시공업체가 못하는 일은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시공업체는 지하철 역사에 상주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발판이 고장이 났을 때 초동조치를 할 수 없습니다. 또 시공업체가 수리를 위해 선로에 진입하기 위해선 서울교통공사 현장 직원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더 큰 문제는 안전발판 시공업체가 유지·보수 업무를 책임진 '3년'이 지났을 때입니다. 서울교통사엔 아직 그런 상황에 대비한 인력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은 겁니다. 승강장 자동안전발판 확대설치 추진계획에는 3년 후 전문 위탁용역 또는 공사직영 유지·관리 중 효율적인 방안 수립을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한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김진환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육소통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안전발판의 장애 조치와 점검 업무까지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해야 하는 업무로 부여될 경우 지하철 역사에서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 2가지 업무(스크린도어 관리, 안전발판 관리)를 동시에 맡게 되는 것이다.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며 "인력 보충이 없으면, 단순히 업무의 과부하를 떠나 지하철 이용 승객의 안전에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에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2016년 사망한 '김군'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교통공사의 인력 부족 문제는 안전발판 관리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탓에 위험 작업에 대한 2인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전체 정원 1만6367명 중 13.5%인 2212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윤문상 서울교통공사노조 노동보건국장은 "서울교통공사는 계속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신입 직원들이 퇴사하더라도 퇴사한 숫자만큼 새 직원을 뽑아주지 않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업무 유형에 따라선 2인1조 투입이 제대로 안될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해 6월9일 3·6호선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이 감전돼 사망하자 "2인1조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측은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노조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6월17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산재 사망 책임회피 규탄, 서울시 공사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서울교통공사노조)
 
<뉴스토마토>는 서울교통공사 측에 '서울교통공사가 전체적으로 2인1조 업무를 할 적정한 인력을 갖췄느냐', '안전발판을 담당하는 인력이 따로 있어야 할 필요성은 없느냐'라고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서울교통공사는 퇴사자와 휴직자가 많아서 인력이 적정한 적이 없다"면서도 "입사자가 금방 퇴직하는 경우에는 당해 공개채용 예비자 중에서 성적순으로 즉시 충원하고 있다. 정년에 도달해 퇴직하는 경우에는 다음 연도 신규채용 때 정년퇴직으로 발생하는 결원과 자연감소 인원을 감안해 채용계획을 수립, 충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서울교통공사는 지원근무 또는 업무 및 근무계획 조정 등을 통해 2인1조 근무 인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더불어 혼잡 시간과 취약 시간대 기간제 인력을 확보하고 배치해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안전발판 설치사업 준공 후 3년간은 계약서에서 정한 대로 계약업체가 하자 및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이 기간 종료 후에는 유지·관리 용역을 시행해 관리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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