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평 기자] 우리나라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생긴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지난 11일 미국 상원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내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은 '지니어스법'을 통과시키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약속하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는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평가해 매달 '이달의 좋은법'을 선정하는데요. 이번에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 선정됐습니다.
민 의원은 19일 뉴스토마토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G2(주요 2개국)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결제 주권과 함께 결제·통화 영토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 의원이 지난 11일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추진과 같은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은 블록체인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에 따라 단순한 가상화폐를 넘어 글로벌 자본시장과 실물경제를 잇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았는데요. 민 의원은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전체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포괄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디지털 자산의 정의 명확화, 사업자 등록·감독 체계 구축, 발행·거래지원 절차의 투명성 확보 등 디지털 자산 시장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민 의원에 따르면, 한국에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디지털 자산 관련 법률 및 제도가 없음에도 디지털 자산 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2조5000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2000년 말 7500억달러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커진 것입니다.
민 의원은 "디지털 자산은 이제 금융의 주변부가 아닌, 글로벌 경제 질서를 바꾸는 핵심 요소"라며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디지털 자산 발행과 유통 전반에 대한 규제를 도입했으나 한국은 여전히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법제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규제보다는 성장 환경 구축이 기본 방향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 제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민 의원은 "규제 중심이 아니라 성장 환경을 구축하고 이용자 보호와 건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법안의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안은 기존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특정금융정보법 등 관련 법 체계를 개편하는 법안입니다.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 거래 금지 규정을 체계화하고, 시장 감시를 위한 통합 시스템을 도입해 규율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설계됐습니다.
아울러 민 의원은 법안명과 관련해 '가상자산'이 아닌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가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주지만, 디지털 자산은 실제로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며 가치가 있다"며 "'디지털 속의 금, 돈'이라는 개념으로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 업계에서도 합의한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19일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탈세·자금세탁 악용 우려도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외국환거래법과 충돌하거나, 자금세탁 및 탈세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격한 처벌 조항도 포함돼 있다"면서 "우선 틀을 마련하는 기본법이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문제점은 추가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외환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선 "외국환거래법을 적용해 스테이블코인이 해외로 나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장점을 발휘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해외에서 들어오는 국부 창출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 의원은 스테이블코인을 '자동차', 기존 화폐를 '말'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말을 타던 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 넘어왔는데, (일각의 우려는)자동차를 도입했는데 말의 작동원리를 적용하는 것과 같다"면서 "과거의 시각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끼워 맞추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 소외계층 대책도 논의 필요
디지털 소외계층 발생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월급을 받고 그것으로 전국민이 결제 시 사용하게 되면, 디지털 소외계층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민 의원은 오히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진입 장벽을 맞춰 민간이 창의력을 기반으로 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 의원은 당초 자본금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회사가 발행할 수 있도록 디지털자산기본법 초안을 마련했으나, 대기업이 아닌 민간 기업들도 디지털 자산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5억원으로 낮췄습니다. 대신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자본금 규모가 아닌 준비 자산을 100% 담보로 설정해야 합니다.
민 의원은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보다는 민간에 맡겨야 한다"며 "시장에서 민간이 사용이 편리하게 경쟁적으로 만들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은 예전처럼 인터넷에 http 등 주소를 일일이 쳐서 접속하지 않고 한글을 알고, 누를 줄만 알면 사용할 수 있는 시대"라며 "일반인은 스테이블코인을 만드는 기술을 몰라도 된다. 한글을 알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디지털 자산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디지털 자산은 이제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와있는 현실이 됐다"고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왼쪽)이 '임혜자의 야단법석'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유튜브 '임혜자의 야단법석' 갈무리)
김지평 기자 j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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