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거래소가 기로에 서 있다. 4개월여 전 우리나라 최초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가 예상을 뒤엎고 흥행하면서다. 지난달 넥스트레이드 점유율은 한국거래소의 30%대에 달했다. 넥스트레이드로 거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한국거래소의 점유율을 갉아먹는 꼴이다. 최근 거래소 1층에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내건 '근조 현수막'은 한국거래소의 현 상황을 말해준다. "대체거래소에 점유율을 넘겨주고, 거래소 주식시장은 한국의 대표 시장으로서 운명을 다했다. 협의 없는 독단적 거래시간 연장에 증권업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도 운명했다. 비용 보전도 안 되는 ATS 무임승차에 거래소의 시장 관리 기능이 운명했다." 노조는 여러 이유를 들며 거래소가 운명을 다했다며 한국거래소와 현 운영 방식을 비판했다.
한국거래소로서는 독식하던 시장을 나눠 주는 꼴이니, 내부 진통과 반발은 당연한 순리일지 모른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은 이미 복수 거래소 설립을 전제로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던 10여년 전 예견된 것이었다. 대체거래소가 도입되면 한국거래소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거래 속도가 개선되고 수수료 인하와 호가 단축 등의 기대가 많았다. 출범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관계로 대체거래소 도입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나오지 않았지만 대체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이 많다. 물론 여전히 한국거래소가 감시와 결제, 청산 기능을 하고 있고, 정산 시스템도 거래소에 책임이 집중된 구조라는 점 등에서 대체거래소와 수수료 경쟁을 벌이기 쉽지 않아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래도 결국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거래소가 진통을 겪는 와중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올 하반기 24시간 주식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런던 등 주요 시장도 이에 동참할 기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LSE)는 주식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암호화폐 시장과 글로벌 자금 이동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주식 거래 가능 시간이 확대되는 추세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상충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 증시가 언제까지 이러한 글로벌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대체거래소의 등장으로 70년 만에 독점 체제가 깨지고, 거래시간 확대라는 커다란 파고 속에 선 한국거래소의 행보가 주목된다. 거래소는 지난해 미래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기존 수수료 중심 수익 구조에서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체거래소 설립 등 경쟁 환경이 심화하면서 자체 수익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다수의 대체거래소 등장 가능성과 글로벌 시장과 경쟁 속에서 한국거래소가 이번 기회를 통해 역할과 기능에 대해 돌아보고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길 바란다.
이보라 증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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