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드론전사 양성' 실증 전담 부대로 지정된 육군 36사단에서 4일 진행된 드론 작전 시연회에서 폭파 드론이 수류탄 2발을 장착한 채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원주=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위이이이이~잉."
4일 오전 11시쯤. 빗방울이 흩날리던 강원도 원주 육군 36사단 잔디 연병장 위로 작은 모터음이 울리며 드론 한대가 날아올랐습니다. 정찰용으로 보이는 드론이 연병장 구석구석을 훑고 다녔습니다. 적군이 보낸 정찰용 드론이었습니다. 이를 발견한 장병들이 소형 픽업트럭 뒤쪽에 실린 전자기파(EMP) 총을 드론을 향해 발사했습니다. 그러자 하늘을 날던 드론이 '툭, 툭, 툭' 살충제를 맞은 파리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살충제는 살포 할 때 소리와 냄새라도 났지만 이 EMP총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전자기파를 방사하면 드론 내부의 전자회로가 마비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해 드론을 격추한 것이라는 게 부대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강력한 광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드론뿐만 아니라 통신장비와 같은 전자회로가 설치된 모든 전자장비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현재 500m 이내로 접근한 드론에만 사용 가능하지만 향후 1㎞까지 사거리를 늘리는 성능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이번엔 아군의 드론이 연병장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적의 드론을 격추식킨 후 그 드론을 운용한 운용 병력을 찾기 위한 경계용 드론이었습니다. 고성능 적외선 카메라를 장착해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도 정밀 정찰이 가능한 드론이 연병장 중앙에 원형 참호를 파고 숨어있는 적을 발견했습니다. 곧바로 이 정찰 결과를 전달받은 투하 드론이 원형 참호 방향으로 이동했고, 수류탄 1발을 참호 안으로 떨어트렸습니다.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숨어 있던 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정확히 목표물을 보면서 수류탄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수류탄을 손으로 던질 때와는 명중률이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50만 드론전사 양성' 실증 전담 부대로 지정된 육군 36사단에서 4일 진행된 드론 작전 시연회에서 폭파 드론이 목표물을 향해 수류탄 1발을 투하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이어서 등장한 드론은 크기가 작고 속도가 빠른 드론이었습니다. 부대가 자체적으로 만든 1인칭 시점(FPV) 드론으로, 정찰 드론이 확인한 장애물 너머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한 자폭 드론이었습니다. 이 드론은 드론 조종자가 3차원 디지털 화면을 시현하는 고글을 쓰고 1인칭 시점에서 조정을 하는 드론입니다. FPV 드론은 방향 전환이 자유롭고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조작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숙달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부대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빠르게 장애물을 피해 나르던 FPV 드론이 나무 사이를 헤치고 나가 목표인 적 자주포를 확인했습니다. 자주포 위를 몇 번 선회하던 FPV 드론이 포탑 상단에 공격 목표로 지정된 풍선을 발견하자 곧바로 자폭 공격을 해 폭발하며 적군을 격멸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4일 '50만 드론전사 양성' 실증 전담 부대로 지정된 육군 36사단에서 진행된 드론 작전 시연회를 참관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이렇게 30여분간의 드론을 활용한 보병부대 작전 시연이 끝나자 이를 지켜본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오늘 시연을 보니 신뢰가 가고 마음이 든든하다"며 "앞으로 더욱 더 드론을 활용한 작전을 발전시키는 것이 여러분 어깨에 달려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날 시연을 한 36사단은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50만 드론전사 양성'을 위한 실증 전담 부대입니다. 안 장관은 이날 오전 드론 작전 시연에 앞서 실증 전담 부대 현판식을 주관하고 국방부, 육군, 방위사업청 관계자들로부터 운영 방안을 보고받았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4일 강원 원주 육군 36사단에서 진행된 '50만 드론전사 양성' 실증 전담 부대 현판식을 마친 뒤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국방부가 추진하는 '50만 드론전사 양성' 프로젝트는 군에 입대한 50만 전 장병이 자연스럽게 소총을 사용하듯 드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하자는 것입니다.
전 장병이 군 입대 후 손쉽게 드론 조종 자격과 실무 경험을 쌓게 되면 군 복무 기간 중에는 군 전투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고, 전역 후에는 민간 산업현장에서 드론 분야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입니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내년부터 5년간 매년 1만대 이상의 드론을 확보해 총 5만대의 드론을 보유할 계획입니다. 당장 내년 국방예산에 약 205억원을 편성했습니다. 국방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장병 10인당 드론 1대를 보유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안 장관은 "기존 군이 보유한 교육용 드론은 약 300대 정도(여서 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내년 1만여대를 확보하는 것으로 시작해 5만여대 이상 확보하게 되면 이제 과감히 손망실에 대한 책임 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드론 훈련을 할 수 있는 그런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4일 '50만 드론전사 양성' 실증 전담 부대로 지정된 육군 36사단 관계자로부터 부대가 자체 적으로 만든 1인칭 시점(FPV) 드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아울러 국방부는 이 프로젝트가 국내 드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핵심부품이 국산화된 교육용 상용 드론 장비를 군에서 사용하면 국내 드론 산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고, 또 이를 통해 국내 드론 산업이 발전하면 군은 안정적인 드론 장비를 국내 산업계로부터 공급받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상생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게 국방부의 생각입니다.
국방부는 우선 내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205억원을 활용해 모터, 배터리 등 핵심부품이 국산화된 교육훈련용 소형 상용 드론 1만여대를 확보할 방침입니다. 이를 활용해 군에서 다양한 실증 작업을 하해 작전 등에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장병들이 비행 기술 등을 쉽게 숙달할 수 있는 주둔지 내 드론 교육장 설치 등 드론 교육 인프라를 보강하고, 드론 전문 교관 양성을 확대해 군의 드론 교육 역량을 배양할 계획입니다.
앞서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각 군과 부대 임무 유형과 특성을 감안한 각 군별 시범사업도 추진되고, 민간에서 개발 중인 소형 드론과 대(對)드론 장비의 충분한 기술 실증을 위해 임무 유형에 적합한 실증 전담 부대도 추가 지정할 계획입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4일 '50만 드론전사 양성' 실증 전담 부대로 지정된 육군 36사단에서 안티드론건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안 장관은 "1990년대 말, 김대중 대통령께서 군 장병 대상 정보화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 세대를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재로 성장시키고,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만든 것처럼, '50만 드론전사 양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단순한 군의 변화가 아니라 개인의 역량 발전과 국내 산업 및 국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안 장관은 "50만 드론 전사 양성 노력은 우리 군의 드론 운용 능력을 강화하면서도, 장병 개개인이 전역 후에도 관련 산업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이 핵심부품이 국산화된 드론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함으로써 국내 드론 산업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안 장관은 "36사단이 바텀업(상향식) 방식으로 창의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통해 사단 자체의 드론 운용 능력을 강화한 노하우 등을 타 부대에서도 적극 활용하고, AI 등 우수한 첨단기술이 접목된 장비를 군에서 신속하게 기술 실증을 할 수 있도록 중추적인 테스트베드(시험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4일 '50만 드론전사 양성' 실증 전담 부대로 지정된 육군 36사단 장병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원주=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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