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자의 자격, ‘공정과 개방 그리고 상생’
2025-09-19 06:00:00 2025-09-19 06:00:00
그는 강자였다. 다들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누리는 안정과 질서는 달콤했다. 점점 권력을 사유했고, 불만은 응축되어갔다. 항거의 고통은 컸고, 그와 조력하는 이는 득세했다. 그러다 새로운 질서가 도래했고, 그는 모두에게 배척당하고 쫓겨난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는 오늘의 현실에도 존재한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 트럼트 대통령은 마치 엄석대 배역을 맡은 배우처럼 보인다. 그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은 불안하고 위태롭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이기에 그의 ‘꼬장’이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전지구적이다. 
 
미국은 전후 자유무역과 국제 안보 규범을 세우며 세계질서를 주도했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국제 번영의 기초였고, 미국은 중재자이자 규범 수호자로 세계의 신뢰를 얻어왔다. 그러나 ‘트럼트의 미국’은 이 전통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물론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와 무역 전쟁을 밀어붙이고, 예외 없는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보호무역과 자국 노동자 우선주의를 앞세운 정책은 단기적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하지만,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미국이 이끌었던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발생한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 현지 노동자 구금 사건은 세계인에게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받고도 상대국 핵심 기술 인력을 정치적 이해 속에서 구금시키는 장면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제공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동시에 자국 이익만을 위해 초강대국으로서의 힘을 남용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느냐는 불만이 응축되고 있다. 기존 국제질서를 책임져온 나라가 그 질서의 파괴자가 된다면, 응당 새로운 질서 유지자를 찾는 것이 순리이다. 그것이 유사 이래 국제정치 패권 변천사이기도 하다. 
 
강자의 자격은 개방과 공정, 그리고 상생에서 비롯된다. 힘을 정의롭게 쓰고 함께 성장하는 질서를 만들어야 존중받고 인정받는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강자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된다. 
 
이 원칙은 기업 간의 질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애플과 구글이 좋은 사례다. 두 기업은 세계 디지털 경제의 상징이자, 앱 마켓의 절대 강자이다. 하지만 그 힘으로 독점에 가까운 시장을 형성하고, 경쟁사 진입을 막아설 때 위기는 시작된다. 앱 마켓에서의 높은 수수료와 자사 결제 강제, 경쟁 앱 차단은 공정경쟁을 해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국내 앱마켓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이 주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결론은 플랫폼이 책임 있는 강자가 되어야 디지털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그 혜택이 소비자와 앱 참여 기업들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공정 시장 질서는 장기적으로 플랫폼 대기업에도 이익이다. 독점과 통제는 시장을 위축시키지만, 공정과 개방은 생태계를 확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에픽게임즈는 구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승소했다. 디지털 시장에서의 공정경쟁 중요성을 미국 법원이 인정한 결과다. 절대 강자가 지배하는 구조에서 누군가는 경고의 휘슬을 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침묵의 나선은 강자 독식을 부추길 뿐이다. 약자들의 전략적 연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든 기업이든 강자의 자격은 책임에 있다. 미국은 국제질서의 리더로서, 플랫폼 대기업은 디지털 시장의 질서를 주도하는 존재로서 공정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개방과 상생의 질서를 통해 모두가 함께 번영하는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끄는 강자의 자격이다. 
 
장훈 GR KOREA 전문위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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