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시황 개선으로 원유운반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조선사들이 잇달아 수주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노후선 교체 수요로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중 제재 영향으로 국내 조선사들의 원유운반선 수주 기회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사진=HD현대)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원유운반선 수주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4척에서 이달 누적 기준 11척을 수주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화오션은 8척에서 12척으로 수주량이 증가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13척으로 안정적인 수주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년에 예정된 계약도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노르웨이 NAT로부터 수에즈막스급(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원유운반선 2척 건조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내년 초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선가는 척당 8600만달러로 추정됩니다.
수주가 늘어난 배경에는 원유 증산과 정치적 요인에 따른 물동량 증가가 있습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인 경기둔화 등으로 석유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의 감산완화가 지난 4월에 시작된 후 단계적으로 전년 대비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고,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던 인도가 정치적 부담으로 중동산 석유 수입을 늘리면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운임이 폭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동량이 상승하자 용선료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VLCC(31만톤급 기준) 용선료는 2분기 평균 전분기 대비 8.0%, 3분기에는 1.6% 올랐습니다. 수에즈막스(15만톤급 기준) 용선료도 3분기 9.9% 상승했습니다. 용선료는 해운사가 선박을 빌린 대가로 선주에게 지불하는 임대료입니다. 선주사 입장에서 수익이 증가하니 발주에 나선 겁니다.
내년에는 노후선 교체 수요로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싱가포르 AXS마린에 따르면 선령 21년 이상인 유조선은 2018년 이후 400척 미만에서 2025년 중반까지 1440척 이상으로 3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 유조선 시황은 다소 부담스러운 신조선 인도량에도 노후선 대량 교체 등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기회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황진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원유운반선은 한·중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데, 최근 수주 증가에는 미국의 대중 선박 항만수수료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제재는 1년간 유예된 상태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선주사 입장에서도 선박을 여러 국가에 분산 발주하는 것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유리해 국내 조선사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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