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미 해군이 납기 지연과 비용 급증을 이유로 이탈리아와 진행하던 차세대 호위함 건조 사업을 일부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이 차후 협상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미 동맹과 우수한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컨스텔레이션급 호위함. (사진=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
2일 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최근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마리네트 마린(FMM)과 계약한 콘스텔레이션급 호위함 6척 가운데 2척만 건조하고, 나머지 4척 계약은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미 해군은 지난 2020년 FMM의 프림(FREMM)급 호위함을 원형으로 채택하여 건조를 진행해온 바 있습니다.
이번 결정은 납기 지연이 심화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FFM은 2022년 초도함 FFG-62 건조에 착수했으나, 미 해군의 잦은 수정 요구로 인해 원 설계의 85%를 변경했습니다. 이로 인해 FFG-62의 지난해 공정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했고, 당초 내년 4월로 예정됐던 인도 시점은 2029년 4월로 3년 이상 지연됐습니다. 여기에 미 해군 전투함은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번스-톨레프슨법’이 적용되면서, 상대적으로 생산 인프라가 취약한 미국 조선업 환경에서 어려움이 가중됐습니다.
비용이 크게 늘어난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GMM 호위함이 선정된 이유는 프랑스·이탈리아 해군에서 이미 운용 중일 만큼 신뢰성이 높아 개발비 절감 효과가 기대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설계 변경으로 사실상 새로운 함정을 만드는 수준이 되면서, 기존 계획 대비 건조 비용이 약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에 기회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조선소의 건조 역량 부족으로 인해 동맹국의 지원 없이는 함정을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은 중국 및 러시아 해군 견제를 위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선 동맹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향후 한국과 같은 동맹국에 미 해군의 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미 해군준비태세 보장법’의 승인과 함께 미국 내 주 계약자와의 협력 강화를 통해 하도급 형태로 한국 야드에서 미함정 건조를 이어갈 가능성 높다”고 말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교수이자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연구소장도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과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역량, 그리고 한미 조선 협력(MASGA) 추진 등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상당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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