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전력슈퍼사이클)④HD현대일렉트릭, 수주 확대가 곧 재무 안정
초고압 변압기·친환경 GIS가 성장 축
수주 잔액 9조원대·영업이익률 20% 중반
순현금 구조로 재무 체질 ‘레벨 업’
2025-12-19 06:00:00 2025-12-1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17:2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은 이제 단순한 IT 산업 성장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구조까지 뒤흔들고 있다. 초대형 연산을 기반으로 하는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시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전력 공급을 요구하며, 송배전망과 변압기 등 중전기 설비 수요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력 투자 사이클을 일시적 호황이 아닌 10년 이상 이어질 구조적 슈퍼사이클로 전망한다. 이에 <IB토마토>는 AI가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이 중전기 산업의 수주 구조와 생산 전략, 재무 체질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고, 전력 3사가 선점한 성장 기회를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가 구조적 호황 국면에 진입하면서, 수주 확대가 곧바로 재무체력 강화로 연결되는 전력기기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고부가 전력기기 중심의 수주 확대가 수익성 개선과 재무구조 안정으로 직결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전력 슈퍼사이클 수혜가 단순한 외형 성장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재무 체질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HD현대일렉트릭)
 
북미 이어 유럽 수주도 ‘급증’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전력기기 중심으로 재편해왔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1960~1970년대에 구축된 노후 송·배전망 교체 수요가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회사의 이 같은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은 최근 수주 확대에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에너지 전환 정책과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개폐장치 등 고부가 전력 설비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납품 실적을 갖춘 업체 중심으로 수주가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최근 유럽 시장에서의 수주 확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회사는 스웨덴과 핀란드에 이어 덴마크에서도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GI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덴마크 안델 그룹의 자회사 넥셀(NEXEL A/S)과 맺은 이번 계약을 통해 HD현대일렉트릭은 덴마크 힐레뢰르 지역 변전소에 72.5kV급 SF-Free GIS를 공급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SF-Free GIS는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 대비 2만 3500배에 달하는 육불화황(SF)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다. 진공 차단 방식을 적용해 차단 신뢰성을 확보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유럽의 강화된 환경 규제에 부합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덴마크 전력망에 최초로 적용되는 공기절연 기반 SF-Free GIS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HD현대일렉트릭은 운영 안정성과 충분한 시험 데이터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추가 공급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유럽연합(EU)은 GIS 신규 설치 시 SF 사용 제품을 단계적으로 배제하는 규제를 추진 중이다. 145킬로볼트 이하 제품은 2028년부터, 그 이상 고전압 제품은 2032년부터 규제가 적용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이미 수출용 145킬로볼트 친환경 GIS를 개발했고, 420킬로볼트급 제품의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이를 기반으로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시장에서 수주를 잇달아 확보하며 유럽 내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회사는 친환경 GIS를 앞세워 2030년까지 유럽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초고압 변압기를 중심으로 수주 확대가 더욱 뚜렷하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올 1~3분기 북미 수주액은 19억 24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북미 매출 역시 1조원을 상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 전력망의 약 70%가 1960년대에 구축된 노후 설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교체 수요는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국토가 넓어 장거리 송전망 비중이 높아 초고압 변압기 수요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HD현대일렉트릭은 765킬로볼트급 초고압 변압기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제품은 345킬로볼트급 대비 송전 용량을 최대 다섯 배까지 높이면서도 전력 손실과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회사는 지난 9월 텍사스 최대 전력회사와 약 2778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및 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단일 계약 기준 최대 수주 기록을 세웠다.
 
 
1년 만에 수주잔액 2.4조원 ‘껑충’
 
이 같은 수주 확대는 수주 잔액 증가로 이어졌다. HD현대일렉트릭의 3분기 말 수주잔액은 9조 5667억원으로, 전년 동기 7조 1807억원 대비 약 2조 4000억원 늘었다. 사실상 3년 안팎의 일감을 확보한 셈이다.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니라, 초고압 변압기와 친환경 GIS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수익성 지표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2023년 11.7%에서 지난해 20.1%로 급등했고, 올 3분기에는 24.82%까지 상승했다. 매출 성장과 함께 판가 인상, 고마진 프로젝트 비중 확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수익성 개선은 곧바로 재무구조 안정으로 이어졌다.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을 웃돌며 순차입금은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순부채비율은 2023년 51.3%에서 지난해 –16.7%로 전환됐고, 올 3분기에는 –34.57%까지 개선됐다. 부채비율 역시 2023년 175.3%에서 지난해 151.8%, 올해 3분기 148.8%로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은 이익잉여금 누적과 함께 1조 7000억원을 넘어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HD현대일렉트릭은 수주 잔액 증가가 손익 개선을 거쳐 실제 현금흐름과 재무지표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질 좋은 성장’ 사례로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업황이 좋아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수주 규모보다 수주 질”이라며 “HD현대일렉트릭은 고마진 변압기와 친환경 전력기기 비중을 빠르게 높이면서 영업이익률이 20% 중반까지 올라왔다. 이익률 레벨업이 확인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도 재무 안정성은 추가로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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