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펄어비스, 본업 적자 속 보조금으로 버텼다…관건은 '붉은사막'
해외 종속회사 보조금수익 3분기 57억원
법인세 환급·이연법인세자산 증가 등 영향
내년 3월 '붉은사막' 출시…성장 동력 관심
2025-12-19 06:00:00 2025-12-19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2월 17일 17:0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준하 기자] 펄어비스(263750)가 신작 ‘붉은사막’ 출시를 앞두고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정부보조금과 법인세수익 등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자회사의 연구·개발(R&D) 관련 보조금 수령과 법인세 환급, 이연법인세 자산 증가 등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영업 이외의 수익에 의존한 순이익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년 3월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의 성과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펄어비스)
 
3분기 영업손실 64억원…아이슬란드 정부보조금으로 상당 부분 방어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2023년 164억원, 2024년 12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본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모두 15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그럼에도 3분기 누적 6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특히 보조금수익의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보조금수익은 57억원으로 영업손실 규모의 89% 수준이다. 보조금수익으로 영업적자를 거의 메운 셈이다.
 
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아이슬란드 소재 종속회사 CCP게임즈에서 발생했다. 펄어비스 아이슬란드 법인의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CP게임즈는 2023년 613만달러(약 80억원), 2024년 664만달러(약 90억원) 규모의 정부보조금을 수령했다. 이는 펄어비스 본사의 연결재무제표상 보조금수익으로 인식된다. 실제로 펄어비스의 연결재무제표상 정부보조금 항목은 같은 기간 각각 82억원, 91억원으로 종속회사 보조금 규모와 거의 같았다.
 
CCP게임즈는 2003년 출시된 ‘이브 온라인’의 개발사다. 최근에는 ‘이브 프론티어’, ‘이브 뱅가드’ 등 게임과 자체 게임엔진 ‘카본’의 오픈소스 플랫폼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며 연구개발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CCP게임즈의 R&D 비용은 4526만달러(618억원)에 달했으며 회사는 연간 1950만달러(2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R&D 지원정책 덕분에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에는 기업이 적자로 인해 납부할 법인세가 없더라도 정부가 인정한 R&D 비용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환급하는 제도가 있다. 기업이 아이슬란드 연구센터에 프로젝트를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건비, 외부 용역비 등을 기준으로 보조금이 산정된다. 최대 환급 한도는 11억 아이슬란드 크로나로 원화로는 약 110억원 수준이다.
 
 
이연법인세자산 증가에 3분기 법인세 환급…내년 '붉은사막' 성공 필요
 
당기순이익 방어에는 법인세수익도 큰 역할을 했다. 3분기 누적 130억원으로 보조금 수익보다 두 배 이상 컸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상반기까지 76억원이었던 법인세 납부액이 3분기에 10억원으로 줄었다. 3분기 중 66억원의 법인세가 환급되면서 법인세수익에 반영됐다. 조미영 펄어비스 재무최고책임자(CFO)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외환 관련 이익과 법인세 환급으로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이연법인세자산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지난해 말 296억원이었던 이 항목은 3분기 414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연법인세자산은 회사가 미래에 낼 세금을 감면받을 권리를 자산으로 계상하는 항목이다. 이 항목의 증가는 회계상 자산과 수익을 동시에 늘리는 효과를 내지만 실제 현금 유입과는 무관한 장부상 효과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IB토마토>에 “이연법인세자산은 미래에 내야 할 법인세보다 환급받을 게 많아야 잡힌다”며 “이연법인세자산이 늘면 법인세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펄어비스가 보조금과 법인세 등 영업 이외 영역에서 수익을 얻으며 당기순이익을 관리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본업에서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3월 20일 출시될 신작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이 최대 관심사다. 이날 전 세계 PC 및 콘솔 플랫폼에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게임 시연을 진행했고 다수의 게임 미디어와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붉은사막’과 같은 트리플A 게임(막대한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투입해 제작하는 대형 게임)이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해외 시장 공략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기준 펄어비스의 매출은 국내 19%, 미주·유럽 61%, 아시아 19% 등 해외 매출 비중이 훨씬 높다.
 
내년 사업보고서가 3월 중순에서 말 사이 공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보고서에 ‘붉은사막’ 관련 실적은 제한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크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서도 성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하 기자 jha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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