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하던 실손의료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출시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도입을 예고한 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별다른 진척 없이 논의가 멈춘 상태입니다. 여기에 5세대 실손보험 출시까지 예고되면서 비교·추천 서비스가 실제 도입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사업화 검토 플랫폼 '0곳'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사업화하겠다는 플랫폼 업체는 현재까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4월6일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본격 추진된 이후 실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사업화하겠다는 핀테크 사업자는 한 곳도 없었다"며 "다른 보험 상품과 달리 실손보험은 한 차례도 출시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추가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2023년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추진했습니다. 보험사들과 엔에이치엔페이코, 비바리퍼블리카, 에스케이플래닛, 뱅크샐러드, 카카오페이, 헥토데이터, 네이버파이낸셜, 핀다, 쿠콘, 핀크, 해빗팩토리 등 11개 핀테크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을 비교해주고, 적합한 보험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보험은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 중심으로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고, 소비자가 보험료와 보장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금융당국은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과 편의성을 확대하고 보험사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금융당국은 당초 온라인 비교·추천이 비교적 용이한 실손보험을 비롯해 자동차보험, 용종보험, 여행자보험, 저축성보험, 펫보험 등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자동차보험(2024년 1월) △용종보험(2024년 1월) △저축보험(2024년 6월) △여행자보험(2024년 7월) △펫보험(2024년 7월) 등이 차례로 출시됐습니다. 그러나 핵심 상품으로 꼽혔던 실손보험은 현재까지도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보험사와 핀테크 플랫폼 간 협의가 핵심입니다. 플랫폼 수수료 수준이 중요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 가입보다 보험료가 낮아야 실익이 있습니다. 실손보험의 경우 이미 가입자가 상당수에 달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플랫폼에 입점해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게 보험업계 입장입니다.
금융위원회는 플랫폼 수수료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과 CM 채널 간 가격을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플랫폼 수수료는 기존 3%에서 최대 1.5%로 인하됐지만, 해당 비용은 보험사가 떠안는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비교·추천 서비스 참여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이미 가입한 사람도 많고 5세대 개편도 앞두고 있어서 출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비스가 출시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보험사는 다른 비교·추천 서비스도 큰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패 서비스 답습
금융당국이 보험상품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15년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보험 비교 사이트 '보험다모아'를 개설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도 보험사들은 CM 채널 구축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에 비해 영업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결국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금융위는 보험다모아를 출범시키면서 CM 보험과 은행 등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저축성 보험, 단독 실손보험을 보험다모아 의무 등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보험다모아에는 단독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저축성보험 등 33개 보험사의 200여개 보험상품이 한때 등재됐습니다.
하지만 보험다모아는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조회된 보험료와 실제 보험료 간 차이가 컸고, 정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특히 상품 간 비교가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습니다. 금융위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보험다모아 출범을 서둘렀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보험다모아의 문제점을 보완해 도입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역시 제도 안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전보다 접근성과 편의성은 개선됐지만 보험사와 핀테크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금융위가 내세운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험사와 플랫폼 양측 모두에 대한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가 진입하고 자리를 잡아야 서비스도 활성화가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대형사도 굳이 참여할 유인책이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앞으로도 실질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 실손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는 출시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사진은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홈페이지 모습. (사진=보험다모아 홈페이지 캡처)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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