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핵심 사업부인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공식화했습니다. 인수자를 찾지 못한 채 자금난이 심화되자 일괄 매각 대신 현금화 가능성이 높은 알짜 사업부부터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반대해왔던 노동조합도 최근 구조조정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됩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29일 서울회생법원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회생계획 인가 이후 인수합병(M&A)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지난 24일 열린 절차협의회에서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해당 방안을 보고받았는데요.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 이후 인가 전 M&A를 통해 회사를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법원은 인수자 물색을 위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여러 차례 연장해줬지만 지난달 마감된 본입찰에는 단 한 곳의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죠. 예비입찰 단계에서 관심을 보였던 일부 기업들마저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통매각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쿠팡이나 NH농협, 유암코·캠코 등 구조조정 전문 기관이 인수 주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민간 기업의 인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적 자금 투입 논의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홈플러스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홈플러스가 처한 재무 상황은 급박한데요. 지난해 4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출 감소가 이어지면서 손실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기료 등 공공요금 체납이 발생했고 이달 들어서는 직원 급여를 분할 지급할 정도로 현금 흐름이 악화됐습니다. 협력업체들의 납품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등 정상적인 영업 유지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죠.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이달 들어 정치권 반대로 폐점을 미뤄왔던 일부 점포에 대해 운영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점포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서 회생 과정에서 추가적인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번 회생계획안의 핵심은 전국 297개 점포를 보유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인데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수도권 비중이 높고 근거리 상권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하고 있어 홈플러스 내에서 가장 매각 가능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홈플러스가 단기간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지난해에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한 바 있는데요. 당시 희망 매각가는 8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거론됐지만 유통업 전반의 구조조정 기조와 노조 반발로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고 이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매각 논의는 중단 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노동조합의 태도 변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회생과 M&A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매우 아픈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고용 승계를 전제로 분리 매각에 반대해 왔던 노조가 인력 감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홈플러스의 전체 직고용 인원은 약 2만명이며 이 가운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소속은 약 3000명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가 고용 승계 조건을 일부 완화할 경우 인수자의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GS더프레시, 롯데슈퍼,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기존 SSM 사업자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됩니다. 이들 업체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경우 점포 수를 단기간에 확대하고 상권 커버리지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자체 브랜드(PB) 강화나 온라인 배송 서비스와의 연계 등에서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 채권단 동의가 최대 변수
반면 인수 이후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SSM 업계 전반이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만큼 중복 상권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죠. 점포 통폐합 과정에서 고용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또한 오프라인 유통업 전반의 성장성이 둔화된 상황에서 인수 가격이 현실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거래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계는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입지 경쟁력은 있지만 매각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긴 뒤 회생계획 인가 이후 대형마트 본체에 대한 M&A를 다시 추진한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업부가 빠져나갈 경우 대형마트 사업부의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채권자들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기 위해서는 채권자와 주주가 참여하는 관계인 집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회생절차 개시 후 1년 이내이며 상황에 따라 6개월 연장이 가능한데요. 홈플러스는 주요 채권자 및 노조와 협의를 이어가며 수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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