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청와대 본관의 문이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쳐 3년 7개월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암흑의 시간으로 기록된 용산 시대를 접고 청와대로 돌아온 건데요. 이재명정부는 내란으로 물든 용산의 끈을 털어내고 국민주권정부로 새롭게 도약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로 첫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는 2022년 5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사진=뉴시스)
용산 봉황기 하기…1330일 만 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13분께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 경내로 첫 출근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청와대로 다시 출근한 건 지난 2022년 5월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출근 이후 1330일 만입니다. 당시 윤석열씨는 단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지 않겠다며 2022년 5월10일 취임과 동시에 용산 시대를 연 바 있습니다.
용산 시대의 첫 시작은 '소통'이 명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용산 출근과 동시에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질의응답)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윤씨의 한마디 한마디는 논란을 자초했고 준비되지 않은 회견에 대한 부담감은 높아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언론과의 갈등을 명분 삼아 도어스테핑 중단을 선언했고 2022년 11월20일 대통령 출근길과 기자실 사이에는 나무 합판으로 만든 가림막이 들어섰습니다.
결국 취임 200일이 채 지나지 않아 용산 입주의 명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은 소통이 단절됐고, 이른바 지각 출근을 위장하기 위한 '전용 출입문'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단절은 용산을 '철옹성'으로 만들었고 12·3 비상계엄이라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소통을 명분으로 입주한 용산에서 군과 가까워졌고, 비상계엄이라는 내란부터 탄핵까지 모든 오명을 뒤집어쓰고 말았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용산 대통령실의 봉황기를 하기하고 동시에 청와대에 봉황기를 게양했습니다. 봉황기는 대통령의 주 집무실이 있는 곳에 상시 게양됩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의 공식 명칭은 청와대로 돌아왔고, 업무표장(로고) 역시 과거 청와대로 환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청와대서 이재명식 실용주의"
이 대통령의 이날 출근길은 별도의 의전이나 행사 없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권혁기 의전비서관의 마중만 있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검은색 코트 차림에 '통합'을 상징하는 빨강·파랑·하양의 줄무늬 넥타이를 맸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착용하는 넥타이입니다.
이 대통령은 출근 직후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첫 차담회를 진행한 뒤 국가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국가안보와 재난 대응 체계를 점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과정이 투명한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를 회복하고, 세계가 찾는 외교·안보 중심으로 거듭나 국민들께 효능감을 드리는 '이재명식 실용주의'를 보여주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시대정신'으로 삼고 국민주권정부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청와대 첫 출근에 대해서는 "이재명정부는 청와대 복귀로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되찾고자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청와대는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돌이켜볼 때 '구중궁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때문에 이재명정부는 업무 공간 활용에 있어 차별화를 두겠다는 구상입니다. 청와대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에 대통령 집무실을 마련해 참모진과 근거리 소통하겠다는 겁니다.
강 대변인은 "여민관에 집무실이 있었던 것은 문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지금은) 3실장 등 참모진과 같은 건물에서 소통하면서 조금 더 속도감 있는 결정과 통합 체계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이 대통령은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춘추관을 깜짝 방문해 첫날부터 소통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을 건넸고 '자주 와달라'는 기자들의 부탁에 "다음에는 통닭을 사 들고 오겠다"고 화답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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