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현대자동차가 로봇 기술을 앞세워 사상 처음 시가총액 100조원 클럽에 입성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전면에 내세운 ‘피지컬 AI(로봇·자동차 등 기기에 탑재한 AI)’ 전략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입니다. 이 같은 상승 흐름을 이어갈 다음 모멘텀으로는 자율주행 경쟁력 강화와 순환출자 구조로 얽힌 지배구조 개선이 꼽힙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모습. (사진=현대차)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유증권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54만9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전일 대비 14.61% 급등한 액수로, 이로 인해 현대차는 종가 기준 시가총액 112조4120억원을 기록하며 ‘시총 10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가 급등의 배경으로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이 꼽힙니다.
그룹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CES 2026에서 선보인 ‘아틀라스’가 피지컬 AI 기술력을 입증하며, 현대차를 단순 완성차 기업이 아닌 ‘로봇’ 기업 반열에 오르도록 재평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목표주가를 80만원으로 상향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대차 생산성 혁신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시장의 시선은 다음 단계로 향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시총 100조 유지를 좌우할 변수로 자율주행과 지배구조를 꼽습니다. 현대차는 테슬라와 비교해 뒤처졌다고 평가를 받아온 자율주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에서 근무한 박민우 박사를 그룹 자율주행 수장으로 영입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지배구조 역시 핵심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향후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리는 개편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2025년 3분기)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히며, 이를 위한 실탄을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최근 장재훈 부회장 직속으로 사업기획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진 점도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TFT에는 현대차·기아에서 기획조정2실장 등을 지낸 전상태 전 감사실장을 비롯해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TF를 중심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추진될 경우,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1%를 보유하고 있고,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가진 만큼 IPO를 통한 자금 회수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최대 40조원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구조 해소 등을 위해 2018년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뒤 지주사로 만드는 지배구조개편안을 발표했다가 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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