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휘청이는 서민 '주거 사다리'
2026-03-25 06:00:00 2026-03-25 06:00:00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강화 기조 속에서 서울 부동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매물이 늘고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과열 국면은 한층 누그러졌다. 정부가 의도한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는 일정 부분 현실이 된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곧바로 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장의 다른 한편에서는 더 깊은 균열이 생기고 있다. 매매 수요의 대부분은 15억원 이하 중저가로 이동하며 규제가 덜한 수도권 지역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있다. 전·월세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전세 재계약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며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췄다. 
 
매매를 막으면 임대로 쏠리는 흐름은 반복됐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수요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전세금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월세 전환도 가속화되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누구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느냐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 팔거나, 버티거나, 증여하거나 다양한 대응이 가능하다. 그러나 무주택 서민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거나 더 비싼 월세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서민 주거 사다리에 간극이 생긴 것이다. 전세금이 급등하고 월세 부담이 커지면 소득의 상당 부분이 주거비로 빠져나가면서 저축 여력은 줄어들고, 자산 형성의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맞는 방향이다. 실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수급 불균형이 완화되고, 가격 역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시간'이다. 공급 계획이 발표되는 시점과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시점 사이에는 적지 않은 틈새가 존재한다. 
 
실제 공급 확대나 전·월세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4월 입주 물량 1만6000가구 가운데 서울은 1000여가구에 그친다. 정작 수요가 몰린 곳에 물량이 없다. 공급 확대를 말하고는 있지만 시장이 체감할 물량은 여전히 태부족인 것이다. 공급 확대라는 ‘미래의 해법’이 도착하기 전에 현재의 기반이 먼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주거 안정은 미래의 입주 물량이 아니라 현재의 삶에서 체감돼야 한다. 몇 년 뒤의 공급을 약속하는 것만으로는 오늘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전세를 구하지 못해 밀려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언젠가의 안정’이 아니라 ‘지금의 버팀목’이다.
 
부동산 시장은 하나로 연결돼 있으므로 어느 한쪽을 강하게 누르면 다른 한쪽에서 균열이 발생한다. 지금 전세 시장에서 나타나는 불안은 그 균열의 결과다. 때문에 전세 물건 감소와 임대료 상승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신호다. 부동산 시장 안정의 열쇠는 단순한 규제에 있지 않다. 실수요 거래와 임대차 시장의 안전장치, 안정적인 공급이 함께 맞물릴 때 시장이 비로소 균형을 찾을 수 있다.
 
강영관 산업2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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