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반도체 초호황기(슈퍼사이클)로 업계의 장기공급계약(LTA) 구조가 확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에 따른 중장기 수주 안정성 확보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분기별 업황 및 사이클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던 시장이 아닌, 구조적인 수주 산업으로 성장한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본격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생산능력과 납기 능력 확보는 과제로 꼽힙니다.
LG이노텍이 지난달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미디어 테크 데이’에서 선보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제품. (사진=이명신 기자)
3일 업계에 따르면 AI 산업 확대로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장기공급계약이 증가하는 흐름입니다.
삼성전기(009150)는 최근 1조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 2028년 12월31일까지로, 업계에서는 이같은 장기공급계약이 공시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기는 1분기 실적발표 후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부품 시장에 대해 “MLCC와 FC-BGA(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 시장은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더욱 심화되면서 장기 공급 계약 확대, 평균 판가 상승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도체 기판 역시 장기계약 흐름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LG이노텍(011070)의 경우 LTA를 전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투자·수주를 동시에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객사가 선수금 지급 및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조지태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사업부장 전무는 지난달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미디어 테크 데이’에서 “두 개의 고객사와 투자에 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LG이노텍은 통신용 기판인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 사업 초기부터 주요 고객사와 LTA를 맺어왔는데, FC-BGA 등 고부가 기판 사업에서도 이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소재, 장비 기업들 역시 메모리 공정 장비와 고순도 공정 소재 분야에서 장기 수요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AI 인프라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기업들의 장기계약 체결 증가 움직임 덕분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투자에 나서면서, 소부장 업체들도 장기 수요 확보와 더불어 중장기 투자를 결정하기 수월해진 겁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LTA는 고객사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고, 공급사가 중장기 물량을 확보하는 ‘윈윈’ 플랜”이라며 “최근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가 워낙 심하다 보니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년 계약을 체결하는 흐름이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생산 일정에 따라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반도체 업계의 납기 계획 고려하면, 소부장 업계의 생산능력도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글로벌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현지 거점의 유지·보수 및 공급 능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 더불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선 현지 생산거점까지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게 관건”이라며 “AI 인프라 전 영역에서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대응 능력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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