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재점화되면서 건설업계의 하반기 경영환경이 한층 불확실해지고 있습니다. 휴전 국면에서 기대를 모았던 중동 발주 재개와 전후 재건사업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고,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까지 겹치며 해외 수주와 공사비 부담이라는 이중 악재가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건설사들은 전통적인 해외 수주 시장인 중동 대신 북미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돌파구 찾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2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3개 건설사는 78개국에서 286건, 총 112억8100만달러를 수주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6% 감소한 규모입니다. 다만 지난해에는 약 187억달러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이 반영돼 있어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 상반기 수주액은 123억1000만달러로 줄어듭니다. 이를 대입할 경우 올해 실적은 작년 대비 91.6% 수준으로 협회는 대형 프로젝트가 하반기로 순연됐을 뿐 체코 원전을 제외하면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유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주 건수는 지난해 258건에서 올해 286건으로 오히려 늘어 대형 프로젝트보다 중소형 사업 중심의 수주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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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지역은 중동입니다. 상반기 중동 수주액은 12억72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7.2% 감소했고 전체 해외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3%까지 축소됐습니다. 2024년 상반기 100억3000만달러, 지난해 상반기 55억7500만달러를 기록했던 중동 수주가 2년 만에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발주 예정 사업이 연기되거나 취소됐고 분쟁 영향국의 사업 추진도 지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1966년 이후 국내 해외건설 누적 수주의 48.5%를 중동이 차지해온 점을 감안하면 상징성이 큰 변화라는 평가입니다.
원가 압박 속 신시장·신사업으로 돌파구
반면 해외 수주의 무게중심은 북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북미·태평양 수주액은 72억4600만달러로 전체의 64.2%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165% 증가했습니다. 미국 루이지애나 델핀 FLNG 프로젝트를 비롯해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 국내 기업의 북미 생산시설 건설이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국가별 수주도 미국이 72억400만달러로 전체의 63.9%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뒤를 이었습니다. 기업별로는 현대건설이 35억1400만달러로 가장 많은 수주를 올렸고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E&A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 중심의 재편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산업설비 수주액은 84억7400만달러로 전체의 75.1%를 차지했습니다. 산업설비 비중은 2022년 42.3%에서 2023년 47.4%, 2024년 65.5%, 지난해 74.6%를 거쳐 올해 6월 기준 75.1%까지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 FLNG 사업과 중동 열병합발전소, 아시아 가스플랜트 등이 실적을 견인하면서 건축과 토목 중심이던 해외건설 시장이 플랜트·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문제는 하반기 들어 원가 부담까지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공습 재개로 원유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이 철강과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로 전년 동월 대비 5.1% 오르며 9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반철근 생산자물가지수는 160.0으로 전년보다 6.1%, 일반철근 시장가격지수는 143.8로 12.1% 각각 상승했습니다. 업계는 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자재가격과 운송비에 반영될 경우 정비사업 공사비 증액 갈등과 분양가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는 국내 기업들이 기존 EPC 중심 사업 구조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소형모듈원전(SMR),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금융·개발·시공·운영을 아우르는 통합 역량 확보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 협회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 자료를 인용해 AI 확산으로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이 2030년 9338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하고 전력 인프라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S&P 글로벌 역시 올해 글로벌 건설시장이 15조9000억달러로 6.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북미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시장이 중동 공백을 메울 대안이 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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