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 불면증 주범은 '뇌 면역세포'
미국 연구진, 면역세포 억제로 수면 시간 2시간 늘려
아밀로이드 찌꺼기 아닌 면역세포의 '과잉 반응'이 원인
2026-07-22 10:29:05 2026-07-22 10:29:05
뇌 조직, 미세아교세포 및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현미경 사진. 대조군 사진에서는 면역세포가 활성화된 상태인 반면, 치료된 세포의 사진에서는 면역세포가 비활성화된 상태다. (사진=University of Kentucky, Nicholas Constantino)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주방에 작은 불이 났다고 가정해 봅니다. 소화기가 있다면 쉽게 끌 수 있지만, 그 전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집안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립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동 방어 시스템이 과잉 대응을 하면서 오히려 문제가 커지고 나빠지는 격입니다. 방화에서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지만 이렇듯 예외적인 상황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뇌에 끈적하게 들러붙는 단백질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가 주방의 불이라면,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는 스프링클러에 해당합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방어 기제가 오히려 신체를 공격하고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미국 켄터키대학교(University of Kentucky) 연구진이 이 같은 치매 환자의 뇌 속 유해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고, 이를 차단하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치매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찌꺼기 아닌 면역세포의 '밤샘 파티'가 수면 방해
 
켄터키대 의과대학 생리학과 섀넌 매콜리(Shannon L. Macauley) 교수와 니콜라스 콘스탄티노(Nicholas J. Constantino) 박사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를 통해 미세아교세포가 치매 환자의 수면 손실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과학계는 알츠하이머로 인한 수면 부족 현상이 신경세포의 사멸이나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물리적 축적 때문이라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매콜리 교수는 "문제의 원인은 플라크 자체가 아니라 이에 반응하는 미세아교세포였다"라며 "미세아교세포가 플라크에 반응해 복잡한 염증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마치 이 세포들이 뇌 안에서 밤새도록 파티를 벌이며 뇌를 깨어 있게 만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뇌파 및 3D 투명 뇌 지도 기술로 메커니즘 규명
 
연구팀은 알츠하이머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자연적인 노화와 분리해 분석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발생하는 유전자 변형 쥐와 정상 쥐를 비교 연구했습니다. 플라크가 처음 나타나는 생후 6개월과 질환 말기인 18개월에 각각 뇌파(EEG)와 근전도(EMG)를 측정해 깊은 회복 수면, 꿈꾸는 수면, 각성 상태를 정밀 추적했습니다.
 
여기에 뇌 조직을 투명하게 만들어 고해상도 3D 디지털 지도를 구축하는 첨단 '광시트 현미경(light-sheet microscopy)' 기술을 적용, 플라크와 면역세포의 전체적인 분포 지도를 한눈에 파악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휴식 중에도 뇌의 엔진이 과도하게 회전하고 있는지(과각성 상태)를 뇌파의 주기적·비주기적 활동 분리 알고리즘을 통해 확인한 것입니다.
 
여기서 놀라운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플라크 양이 두 배 이상 증가한 18개월 차에도 6개월 차에 발생한 수면 결핍 수준은 더 악화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초기 플라크로 인해 촉발된 첫 '면역 폭풍'이 수면 장애의 핵심 원인임을 시사합니다. 정상적인 노화가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을 감소시키는 반면, 알츠하이머는 육체적 회복과 기억력 통합, 뇌 속 독소 배출에 필수적인 '비렘(NREM) 수면'을 집중적으로 파괴한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면역세포 일시 제거하자 하루 2시간 수면 회복
 
연구팀은 항암 연구에 쓰이던 약물인 펙시다티닙(PLX3397)을 투여해 쥐의 뇌 면역세포 87%를 14일간 일시적으로 제거했습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쥐의 수면 시간이 밤마다 2시간 이상 늘어났습니다. 회복성 수면(NREM) 시간이 길어지면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건강한 수면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입니다.
 
특히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양이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수면이 회복되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플라크와 독립적으로 수면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향후 비침습적이고 저렴한 알츠하이머 진단 및 치료 도구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뇌파(EEG)를 알츠하이머의 접근성 높은 생체 표지자(바이오마커)로 활용하면, 환자가 대형 병원을 찾기 전 지역 클리닉이나 가정에서 휴대용 기기를 통해 치매 위험을 조기 선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매콜리 교수팀은 면역세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도 과도한 활성도를 낮추는 방법을 후속 연구 중입니다.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Metformin)이나 항경련제 스티리펜톨(Stiripentol) 등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기존 약물을 활용해 미세아교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재설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매콜리 교수는 "이 과정을 표적으로 삼아 치료할 수 있다면, 기억력 상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수년 전부터 치매 환자의 삶의 질과 인지 능력, 주의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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