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봉쇄에 정유사 다시 웃나…‘최고가격제 손실론’ 시험대
유가 급등에 정제마진과 윤활기유↑
SK이노 2분기 1조5천억 흑자 예고
4조원대 손실 보상 요구 명분 상실
2026-07-22 13:45:28 2026-07-22 14:29:0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봉쇄 위협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연장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정작 정유업계는 높아진 정제마진을 바탕으로 또 한 번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최고가격제로 손실을 입었다는 기존 주장과 엇갈리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4조원대 손실보상 논란도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위성영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2일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홍해 봉쇄를 선언하면서 국제유가는 5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91.01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4.91달러로 전장 대비 각각 2% 넘게 상승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 브렌트유는 지난달 10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입니다.
 
지정학적 위기는 국내 정유사들에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원유 수송 차질과 석유제품 공급 부족 우려가 맞물려 정제마진이 급등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어서입니다. 2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5배 이상 크게 웃도는 24.7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자동차와 선박의 핵심 원료로 쓰이는 윤활기유 수출가격 역시 1분기 평균 887달러에서 이달 초 톤당 213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오는 30일 2분기 실적 발표 예정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1조55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1분기 2조162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1조원대 고수익을 거두는 셈입니다.
 
정유사들의 실적 호조 예상은 정부의 최고가격제 연장 정책 방향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더 내리거나 폐지했어야 하지만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산업통상부 역시 오는 24일 발표 예정인 8차 최고가격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당분간 최고가격제를 거두기 어렵다는 정부의 판단이 확고해진 분위기입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껏 정유업계는 최고가격제로 인해 고가에 도입한 원유를 정제해 국내에 제값으로 팔지 못하면서 4조원대 손실이 발생했다며 정부에 지속적인 손실보상을 요구해 왔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최근 정유 4사 담합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내부 회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유사들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모든 유종에서 흑자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홍해 리스크 현실화로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창출이 예상되면서 4조원대 손실보상 요구는 설득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는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 등 다 같이 묶여서 갈 것 같다”며 “정유업계는 SK가 같이 담합해 놓고 다른 정유사들 뒤통수를 친 데다 선제적으로 가격을 인하해 주고 있는데 나머지 3사는 따라가지 못해 시장이 골치 아프고 분위기도 뒤숭숭해 정부에 제대로 반론조차 못 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노심초사하고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원가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제공되고 있는지 등 정부가 확실히 들여다봐야 하고 위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최고가격제 등 정부의 조치가 유지돼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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