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군함 승조원 시대 열인다…해군·KAIST 첫 전투실험
교육사 조함훈련대대서 첫 함정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
전투 등 다양한 함정 승조원 임무 대체 가능성 모색
2026-07-24 12:00:00 2026-07-24 13:09:37
지난 23일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최초로 진행된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 소속 함교 당직사관의 조함명령에 따라 타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사진=해군)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해군은 23일 경남 창원 해군교육사령부 조함훈련장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협업해 함정의 조타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맡는 '로봇 승조원 전투실험'을 최초로 진행했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전투실험은 군의 기술·체계·교리·조직 등 새로운 대안들을 공학적인 실험을 반복해 입증·발전시키는 과정으로 이날 전투실험에서 타수 역할은 심현철  KA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파이봇(PIBOT)'이 맡았습니다.
 
파이봇은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미래도전 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 중 하나로 방위사업청이 57억원을 출연해 지난 2022년부터 KAIST 주도로 연구가 진행 중인 로봇입니다.
 
해군과 KAIST 연구팀은 전투실험에 앞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적절한 응답을 생성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인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해 파이봇이 함정의 조함 절차를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해군함정이 항해를 하면 함장이나, 함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함교 당직사관이 함정의 방향, 속력 등을 정하는 조함(操艦) 명령을 내립니다. 이 명령에 따라 타수 승조원은 자동차 핸들과 같은 타기를 조작해 함정의 방향을 잡고, 기관전령수 승조원은 함정의 속력을 변경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이번 전투실험은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스마트강군 육성을 위해 해군이 추진 중인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Navy Sea GHOST)'와 연계해 함정에서 로봇 운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전투실험은 1단계 육상 조함시뮬레이션 활용 실험, 2단계 정박함정 실험, 3단계 실제 해상에서 주간항해 실험, 4단계 실제 해상에서 주·야간 장기항해 실험으로 구분해 진행되며, 이날 실험은 1단계였습니다.
 
전투실험이 시작되자 함교 당직사관이 타수 승조원에게 조함 명령을 하듯 파이봇에게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라고 침로변경 명령을 내렸고, 당직사관의 명령이 하달되자 파이봇은 '키 왼편 5도, 330도 잡아!'라며 명령을 복창하고 타기를 돌렸습니다. 이어 함정의 침로가 330도를 유지하자 파이봇은 '330도 잡기 끝!'이라며 함교 당직사관에게 침로변경 완료 보고를 했습니다. 파이봇이 실제 타수 승조원이 수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이날 전투실험은 침로 변경이 빈번한 협수로 상황과, 높은 파도로 함정의 침로가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일정하게 침로를 잡아야 하는 악기상 상황, 야간항해 등 해군 함정이 실제 항해하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부여해 진행됐고, 파이봇은 당직사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해군과 KAIST 연구팀은 이번 1단계 전투실험을 통해 얻은 파이봇의 명령 입력에서부터 실행 완료까지의 반응시간, 타기 조작의 적절성 등 데이터를 비롯해 운용자 편의성 등을 면밀하게 분석·평가해 보완사항을 도출하고 향후 2~4단계 실험에 적용해 실제 해상 운용에 대비해 안전 분야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을 통해 현재 함정 승조원들이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업무 중에서 조함을 비롯해 로봇이 대체 수행할 수 있는 업무의 확장 범위와 가능성을 파악함으로써 현존 함정 승조원들의 업무를 경감시킴과 동시에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 등 미래 안보환경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예정입니다.
   
전투실험을 주관한 김형준(준장) 해군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은 "이번 전투실험은 함정 승조원 고유의 업무 영역이었던 조함을 로봇이 오류 없이 수행할 수 있는지 분석·평가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며 "해군은 이번 전투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함정에서 로봇을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며 함정 승조원들의 업무를 경감시키고 아울러 병역자원 급감, 비약적인 첨단기술 발전 등 변화하는 국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책임자인 심 교수는 "그간 참여 연구진이 개발한 피지컬 AI 기반 인간형 로봇으로 해군 함정 조타수 업무 수행 가능성을 실험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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