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화두는 ‘개혁’이었다. 많은 부문에서 개혁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이 울려 퍼졌고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물론 교육도 중요한 개혁 대상이다. 교육개혁의 성격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였다. 3개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서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 브랜드의 서열 타파를 정책 과제로 정부가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는 지방의 이공계 대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므로 획기적인 개혁의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8월5일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부가 밝힌 30개 지방 국립대 신입생 6만4000명에게 '지역균형 장학금'으로 무상교육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은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지역균형 장학금 제도가 전교생으로 확대되면 전국적으로 모든 대학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개혁을 추진해도 효과는 늦게 나타난다. 더구나 모든 국민이 직간접으로 교육정책의 당사자다. 정치인의 입장에선 교육 문제를 거론해 봐야 골치만 아프고 자칫하면 구설수에 휘말리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교육정책은 사실상 지역간 불균형, 계급 격차, 부동산 가격, 출생률 저하, 노동력 부족 등의 문제와 연계되어 있으므로 전적으로 교육 전문가에게만 맡길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정책적 쟁점과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최적의 해법을 찾는 통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즉, 교육개혁을 추진하려면 정책적 전문성만이 아니라 다양한 쟁점과 입장을 통합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갖춘 주도 세력이 있어야 한다.
당장 지방 국립대 무상화 정책에 대해 사립대는 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수한 학생이 국립대를 선호하게 되면 이미 어려운 사립대의 경영 환경은 지방과 수도권을 막론하고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국적으로 보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부실 사립대를 퇴출시키고 저소득층 학생에게 양호한 교육기회를 제공해 사회 양극화를 완화시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방 국립대 무상화 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려면 대학 브랜드의 서열화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에는 교육 문제를 입시 문제와 동일시하며 이른바 ‘스카이’라고 하는 서울대, 연고대를 비롯한 명문대에 합격만 하면 인생의 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보는 통념이 있다. 스카이 대학의 한 해 입학 정원은 약 1만명, 의대 입학 정원은 약 3000명 정도이다. 2025년도 고졸자는 약 40만명, 수능 응시자는 약 34만7000명이었다. 이러한 수치만 보아도 압도적 다수의 청년이 자기와 상관없는 경쟁을 강요하는 입시제도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볼 수 있다.
명문대 합격 자체가 목표인 한국 사회는 대학이 수행하는 교육과 연구의 내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물가 대책을 명분으로 16년째인지, 17년째인지 동결되어 있는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학 도서관이 공동화되고 AI 시대를 선도하는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 2025’에서 한국의 고등교육 분야 학생 1인당 정부 지출은 6617달러로 OECD 평균(1만5102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순위 역시 38개국 중 36위였다. 경제대국이라고 큰소리를 치는 한국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기초학문에 투자해야 원천 지식을 생산하는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대학 개혁이다. 이를 추진하려면 명확한 정책 구상 및 재원과 함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있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여당의 정책 의지가 중요하다. 지방 국립대 무상화는 본격적인 대학 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원천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대학을 만들어야 한국은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AI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다.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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