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퇴짜 놓은 CXMT…K반도체 협상력 ‘호재’
CXMT, 애플 가격 인하요구 거절
삼성·하닉 가격 방어 여지 확대
2026-08-07 15:21:43 2026-08-07 15:21:4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애플이 메모리 가격 급등에 대응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공급 협상에 나섰지만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산 메모리마저 저가 대안이 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대애플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항공기에 적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차세대 아이폰 등에 탑재할 LPDDR5X(저전력 D램) 공급을 놓고 CXMT와 협상을 벌였습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했지만 CXMT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히려 국내 업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XMT가 가격 인하 요구를 거부한 배경에는 중국 빅테크 수요가 있습니다. 텐센트와 바이트댄스 등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데다 화웨이와 샤오미, 알리바바 등 중국 고객사의 주문도 이어지며 생산 물량 상당 부분이 이미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애플 물량을 따내기 위해 가격을 낮출 필요가 크지 않은 셈입니다. 
 
애플은 그간 대규모 구매 물량을 앞세워 공급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며 부품 가격을 낮춰 왔습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진 데다,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몰리면서 범용 메모리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애플도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팀 쿡 CEO는 7월 말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6월 분기보다 9월 분기에 D램 구매 비용 부담이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재 3곳인 D램 공급사가 지금보다 더 늘어난다면 애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40년 넘게 전자업계 공급망에서 일했지만 최근 같은 원자재 가격 변동은 본 적이 없다”며 메모리 가격 폭등 상황을 ‘100년 만의 홍수’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애플이 공급사를 늘리고 싶어도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애플의 주요 D램 공급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곳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8.5%, SK하이닉스 29%로, 두 회사가 전체 시장의 67.5%를 차지했습니다.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LPDDR5X 평균판매가격이 전 분기보다 78~83%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CXMT마저 저가 대안이 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애플의 가격 인하 요구에 대응하기 이전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애플이 여전히 메모리업계의 ‘슈퍼 갑’인 만큼 국내 업체들은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입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활용할 수 있는 업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CXMT 정도인 만큼 CXMT가 저가 공급사 역할을 하지 못하면 기존 업체들이 LPDDR5X 가격을 방어할 여지는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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