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피에드아테르(pied-a-terre)와 보유세
2026-08-11 06:00:00 2026-08-11 06:00:00
프랑스어인 ‘피에드아테르(pied-à-terre)’를 직역하면 ‘발을 잠시 두는 곳’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로 부유층이 주거 목적이 아닌 단기 체류 또는 투자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굳이 우리말로 의역하면 ‘고가의 세컨드홈’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피에드아테르는 대체로 도심 접근성과 보안이 좋을 뿐 아니라 피트니스, 수영장, 라운지와 같은 커뮤니티 시설과 컨시어지 서비스 등이 기본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뉴욕시에 거주하지 않는 자가 시장가치가 500만달러 이상인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에 대하여 추가로 부과하는 부담금을 ‘피에드아테르 세금(Pied-à-terre Tax)’이라고 언급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피에드아테르 세금의 법률상 명칭이 ‘City Surcharge on Property That Does Not Serve as a Primary Residence(주된 거주지로 사용되지 않는 부동산에 대한 도시 추가부담금, 뉴욕주 조세법 제30-C조)’이라는 점에서 보면 ‘피에드아테르 세금’은 ‘비거주 고가 주택에 대한 추가부담금’으로 이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법에서는 2026년 7월1일 현재 △뉴욕시 소재 부동산으로서 △해당 부동산 소유자 등의 주된 거주지가 뉴욕이 아닌 경우로 △시장가치 500만달러 이상인 경우에 대해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자연인이 아니라 신탁이나 법인 또는 파트너십 등 이른바 ‘도관(導管, 실체가 없이 돈이 지나가기만 하는 ‘파이프’라는 의미)’을 이용해 소유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그 주택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는 자연인을 파악해 부과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견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부과 대상을 거주 목적이 아닌 고가 주택으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조란 맘다니 시장의 주택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법의 정식 명칭이 ‘세금(Tax)’이 아니라 ‘추가부담금(Surcharge)’이라는 점에서 그의 철학과 의미는 더욱 명징하게 드러난다. 요컨대 조란 맘다니 시장은 주택을 시장재가 아닌 필수재로서 접근하면서도 필수재로 이용하지 않는 고가 주택을 초과편익이나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재로 인식해 그 초과편익이나 초과수익을 공공의 재원으로 회수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이 지난 6월 뉴욕에서 열린 연례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해 대열의 중심에서 시민들과 함께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란 맘다니 시장의 보유세 개편을 두고 납세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당초 개편안보다 후퇴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부유층의 이탈을 초래해 뉴욕시 부동산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부자 감세에 진심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피에드아테르 세금이 뉴욕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며 비판에 가세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란 맘다니 시장은 뉴욕시의 많은 시민들이 주택가격 앙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지만 상당수의 고가 주택이 실제 거주 목적이 아니라 자산 보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뉴욕시의 균형 예산을 위해 추가적인 부자 증세에 나설 가능성마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부동산 보유세 개편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이 백가쟁명하듯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각자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상이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는 어렵다. 다만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으로 불리는 뉴욕시에서 행정수반인 시장과 입법기구인 의회가 숙의를 거쳐 시행하고 있는 ‘피에드아테르 세금’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서는 모두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쪼록 이번 부동산 보유세 개편이 합리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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