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올라탄 은행들…건물 내놨는데 '안 팔리네'
2026-08-11 14:08:28 2026-08-11 18:11:45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서울 상업용·오피스 거래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 은행들이 유휴 부동산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활용도가 떨어진 자산을 정리해 비용을 줄이고 영업·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다만 시장 회복세에도 서울 핵심 입지의 알짜 자산마저 잇따라 유찰되는 등 실제 매각 작업은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하나금융 잘 팔았는데 신한은 '고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서울 도심과 수도권 핵심 입지에 있는 유휴 부동산을 잇달아 매물로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KB국민은행입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있는 유휴 부동산 9곳에 대한 매각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전체 1600억원 규모입니다. 매각 주관사를 통한 입찰은 오는 14일까지 진행합니다. 서울 5곳과 경기 2곳, 대구·대전 각 1곳을 처분할 예정입니다. 서울 매각 대상 자산은 독산동지점, 옛 동부지역그룹, 신당동종합금융센터, 양평동종합금융센터, 옛 장안동지점 등 건물 면적 1701~4269㎡ 규모의 중소형 오피스입니다. 
 
신한은행도 유휴 부동산 매각을 진행 중입니다. 서울 명동에 있는 '신한 익스페이스(Expace)'를 일반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고 있으며 최저 공매가격은 1422억원입니다. 직원 숙소로 사용하던 서울 성수동 기숙사(1211억원)와 옛 정릉(126억원), 옛 부산역(171억원), 옛 동대신동(136억원), 옛 제주(72억원), 옛 분당탑마을(38억원), 옛 김포고촌(26억원) 등 8곳도 신한은행의 올해 매각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서울 강남 테헤란로 오피스 빌딩인 ‘역삼 하이츠’의 저층부의 예비입찰을 실시하고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우리은행도 영업점 23곳과 대전 합숙소 부지, 곤지암 체육시설 등 총 2117억원 규모의 유휴 자산을 처분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전반으로 비핵심 부동산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은행들이 유휴 부동산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자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겁니다. 활용도가 낮은 부동산을 처분하면 유지·관리 비용 등 고정비를 줄일 수 있는 데다, 확보한 자금을 영업과 투자 재원으로 재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높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보통주자본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눈 값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위험가중치가 높은 자본으로 분류되는 부동산을 처분하면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됩니다.
 
최근 서울 상업용·오피스 거래시장이 일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매각 여건이 이전보다 개선됐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부동산플래닛의 '2026년 2분기 서울시 오피스 매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오피스빌딩 매매거래 금액은 1조7717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9.3% 증가했습니다. 여의도 하나증권빌딩과 중구 오렌지센터, 종로 하나손해보험빌딩 등 대형 거래가 잇따라 성사되며 시장 회복을 이끌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알짜 자산도 매수자 실종
 
기대와 달리 주요은행이 현재 시장에 내놓은 유휴 자산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매각 중인 '신한 익스페이스'는 서울 알짜 땅에 위치해 있지만, 지난 5일 입찰에서 한 차례 유찰됐습니다. 이후 몸값을 1422억원에서 1351억원으로 71억원가량 낮췄으나 이날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최저 입찰가격은 1280억원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성수동 기숙사 건물 역시 수차례 유찰되면서 최저 입찰가가 1211억원에서 1029억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우리은행이 매각을 진행 중인 25곳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벤처지점·목동남지점, 부산 용호동지점은 여덟 차례 유찰됐고, 여의도북지점은 일곱 차례, 독립문·보문동·망우동·금남로·대치남지점과 신사동금융센터는 여섯 차례 주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일부 자산은 유찰 횟수가 최대 13회에 달하며, 반복되는 유찰로 최저 입찰가격도 수십억 원씩 낮아지고 있습니다.
 
매각 작업이 예상보다 더딘 것은 최근 거래 회복세가 프라임 오피스 등 대형 우량 자산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은행들이 내놓은 영업점이나 중소형 오피스는 투자자층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데다, 입지와 임대수익 등을 이전보다 더욱 꼼꼼히 따지는 선별 투자 기조가 이어지면서 거래 성사까지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 설명입니다.
 
한 상업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늘어난 것은 프라임 오피스 등 일부 우량 자산 중심"이라며 "은행들이 내놓은 영업점이나 중소형 업무시설까지 투자 수요가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도 은행권은 유휴 부동산 처분을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활용도가 낮아진 자산이 늘고 있는 데다, 자산 효율화와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매각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오프라인 영업점 통폐합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들의 매각 대상은 꾸준히 쌓이는 추세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영업점 수는 3775개로, 2023년(3957개)보다 182개 감소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유휴 부동산 매각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자산 효율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라며 "거래 성사까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 상황에 맞춰 매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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