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주도권 경쟁…은행·카드·빅테크 셈법 갈려
2026-07-24 15:41:13 2026-07-24 15:41:13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증사업이 본격화하면서 디지털자산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권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과 손잡고 예금토큰 생태계 확대에 나선 가운데 카드사와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기업들은 민간 스테이블코인 사업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공 주도의 예금토큰과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업권별 전략이 갈리는 모습입니다.
 
한은, 프로젝트 한강 2단계 확대 가동
 
24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프로젝트 한강’이 오는 9월 2단계 예금토큰 실거래 테스트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은이 블록체인 기반 기관용 중앙은행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들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토큰을 발행해 일반 국민이 실제 결제에 활용하는 과정을 검증하는 사업입니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4~6월 진행된 1단계 사업의 한계점을 보완해 예금토큰의 활용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기존 1단계가 일반 상거래 중심의 단순 결제 기능만을 검증하는 데 그쳤다면, 2단계 사업에서는 이용자 간 지갑 송금 기능이 새롭게 도입됐습니다.
 
또한 결제 시 예금토큰 잔액이 부족할 경우 연결된 예금계좌에서 부족한 금액이 자동으로 예금토큰으로 전환·충전되는 '자동충전' 기능과 함께 지문 등을 활용한 생체인증 결제 기능까지 추가되어 일반 소비자들의 결제 편의성이 현격히 향상됐습니다.
 
서비스 규모와 적용 범위도 대대적으로 확장됐습니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참가 은행들이 개설할 수 있는 예금토큰 전자지갑 수가 기존 최대 10만개에서 50만개로 5배 대폭 늘어났으며, 늘어나며 개인과 법인의 예금토큰 보유·송금 한도도 대폭 확대됩니다.
 
사업 범위도 단순 물품 구매를 넘어 공공부문으로 넓어집니다. 국고금 집행 시범사업을 통해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지급결제가 정산 절차 간소화와 사후 검증 인력 절감, 부정수급 방지 등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 예정입니다.
 
스마트계약을 활용한 토큰 지급방식도 기존 캐시백(환급) 외에 직접지급 방식 등으로 다양화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예금토큰의 양도·발행 시 은행 전산시스템 대신 CBDC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습니다. 착오송금 반환지원 적용과 예금자보호 요건도 명확히 하는 등 실증에 필요한 규제 특례를 마련했습니다.
 
사업 참여 은행도 지난해 1단계에 참여했던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BNK부산은행 등 7개 은행 외에 BNK경남은행과 iM뱅크(옛 DGB대구은행)가 신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 받아 추가 합류하며 총 9개 은행 체제로 늘어났습니다.
 
1단계에서 은행이 일부 지정 가맹점에 한해 제한적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단계에서는 카드사와 PG사의 광범위한 가맹점망 및 결제 인프라를 연계 활용해 사용처를 소상공인은 물론 대형사업체까지 대폭 넓히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힙니다.
 
카드·빅테크, 써클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결집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의 중앙주도형 CBDC 및 예금토큰 실증사업에 집중하는 반면, 현대카드와 카카오뱅크, 토스 등 주요 빅테크 및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글로벌 대표 스테이블코인(USDC) 발행사인 써클(Circle)과의 민간 중심 연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특성을 활용해 국경 간 결제·정산 인프라를 선점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등 차세대 디지털 자산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해 미국과 멕시코 법인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 개념검증(PoC)을 완료했으며, 이달 말부터 써클·비자와 함께 유럽 법인 간 2차 검증에 나설 예정입니다. 기업 간 해외 송금과 정산 과정에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계획입니다.
 
빅테크 플랫폼과 인터넷전문은행의 행보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그룹 주요 계열사는 써클 인터넷 그룹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굴을 비롯한 차세대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에 나섰습니다. 카카오그룹은 국내 대표 플랫폼인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의 강력한 금융 생태계를 써클의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와 결합할 방침입니다.이를 통해 해외 송금, 글로벌 가맹점 정산, 기존 금융망과 블록체인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향후 국내 규제 환경 개편에 맞춰 카카오가 주도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및 토큰화 금융 서비스의 대승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와 토스뱅크 역시 써클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 및 스테이블코인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토스는 슈퍼앱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지털 지갑, 생체인증 기반 결제 경험, USDC 활용 금융 수단 및 온체인 프로그래머블 결제 등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결제 고도화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토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산 역량을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 기존 법정화폐 결제망을 연계하고, 글로벌 결제 및 정산의 속도와 비용 효율성을 대폭 개선할 방침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 주도의 CBDC가 안정적 공공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둔다면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카드사는 확장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디지털 자산 시장의 주도권은 공공의 신뢰성과 민간의 편의성 중 어느 쪽이 시장을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간판과 코인. (사진=뉴시스, 연합뉴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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