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일본 반도체 투자 검토 중…끝나는 대로 공개”
일본, 소재·장비 기업, 고객사 밀집
“전력·용수 풍부하면 어디든 검토”
AI 수요 대응·생산 비용 절감 차원
2026-08-31 17:18:13 2026-08-31 17:54:24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일본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에 반도체 공장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력·용수 등 반도체 공장(팹)의 입지 조건을 충족하는 곳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해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이 몰려있는 데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생산 거점을 마련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0일 일본 센다이 웨스틴호텔에서 열린 ‘한일 저출산 대응 교류위원회 1차 회의 겸 저출산 대응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최 회장은, 3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반도체 투자를 묻는 질문에 “검토 중”이라며 “검토가 끝나는 대로 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일본 현지 언론 취재진이 몰려 최 회장에게 “일본 미야기현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검토할 계획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 최 회장이 직접 답한 것입니다. 다만 최 회장은 잠재적 파트너나 일본 내 구체적인 설립 지역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한일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일 상의 회장단 연례 회의에 앞서 열린 양국 노동인구 감소를 다룬 한 행사에서 “지금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이 경제 블록을 형성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의 일본 내 투자 검토가 일본 고객 및 협력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 지분을 약 14%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낸드 사업과 관련해 고객사, 협력업체와의 협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곽 CEO는 지난주 “고객 및 협력업체와 함께 낸드플래시 시장을 공동 개발할 수 있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에 SK하이닉스와 거래하는 소재·장비 업체가 자리 잡고 있는 점도 투자 요인으로 해석됩니다. 비상장 기업 나믹스부터 반도체 장비 대기업인 도쿄 일렉트론이 있으며, 소니 그룹, 닌텐도 등 주요 고객사도 있습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사업 재건을 위해 대규모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대만 TSMC와 같은 해외 반도체 제조업체의 일본 내 공장 확장 프로젝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일본 히로시마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중입니다.
 
이에 일본 지방자치단체도 유치전에 뛰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야기현은 SK하이닉스에 센다이 인근 오히라무라의 제2센다이 북부 핵심공업단지 내 약 30만㎡ 규모의 부지를 제안하는 등 물밑에서 유치전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지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간토와 홋카이도, 규슈 등도 후보지로 거론되는 중입니다. 
 
다만 일본 지자체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여러 반도체 관련 기업에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SK하이닉스 공장에 대해서는 “현 차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 발전에 따른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차세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기공식을 열었습니다. 
 
당시 곽 CEO는 “물과 전력, 인재, 보조금이 충분하다면 어디든 열려 있다”며 추가 투자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용인과 청주 등 국내 반도체 생산 시설 확장에도 54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는 AI의 폭발적인 데이터 저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물색하는 한편, 중국의 기술 야망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에도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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