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호주도피' 윤석열 1심 무죄
재판부 "호주대사 임명, 범인 도피 해당 안 해"
도피 의사도 인정 안 돼…윤씨측 "당연한 결론"
2026-09-11 16:58:53 2026-09-11 16:58:53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고 채수근 해병 사건 관련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윤석열씨가 2023년 9월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11일 범인도피·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윤씨는 채 해병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이 전 장관을 거쳐 자신에게까지 이르는 것을 차단하고자 2023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호주로 도피시킨 혐의를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실장에게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하고, 이 전 비서관에게 박 전 장관 등을 통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가 해제될 수 있도록 호주대사 부임 일정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공소사실입니다. 앞서 해병특검은 윤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지명한 2023년 9월경 공수처에 고발만 된 상태였고, 임명절차가 진행되던 시기(2023년 11월경부터 2024년 1월경)에도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할 당시 피고인의 인식은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돼 논란이 되고 있는 사람’이라는 정도의 추상적 인식에 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이 전 장관이 ‘형사처벌 가능성이 구체화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점에 관한 구체적 인식 아래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해 공수처의 수사를 정면으로 저지, 방해하려는 의도나 의사를 가졌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지신의 정책적·정무적 판단에 따라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 전 장관을 한국과의 국방협력이 중요한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은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범인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거나 그 발견을 은닉행위에 비견될 정도로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대사는 그 소재와 신분, 임지가 공식적으로 확인·공표되는 지위에 있으므로 대사로 부임하는 것은 통상적 의미의 ‘도피’와 본질적으로 태양을 달리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재직하는 동안 수사기관의 소환조사에 응하는 것이 법령상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거나 사실상 현저히 곤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재외공무원 복무규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의 소환 필요성에 응해 일시귀국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했습니다. 
 
선고 직후 윤씨 측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씨 변호인단은 “아무런 범죄의 증거 없이 정상적인 행정작용과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 행사까지 사후적으로 ‘직권남용’이라 규정해 처벌하기 시작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의 인사와 정책 판단을 형사재판정에 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채 해병 사건 관련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허위 구속영장 청구서를 만든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군검사들도 이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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