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혁의 셰프 & 디쉬)'라까냐' 페드로 셰프 "유행이 아닌, 정통 스페니쉬의 품격으로"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두루 거쳐…정통 스페니쉬 세프 역량 쌓아
"메뉴 다양성보다 완성도…미들급 다이닝 상향 평준화 필요"
2026-10-02 15:01:35 ㅣ 2026-10-02 15:01:35
[뉴스토마토 홍준혁 기자] K-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뷰티와 외식 산업으로 번지며 그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여행, 유학, 취업 등을 목적으로 해외를 방문하는 기회가 열리며 해외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니즈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접한 한식과 식문화, 해외 생활을 통해 경험한 이국적인 음식과 식재료 등 음식은 일상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입니다. K-문화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해외 거주 국민들의 향수를 달래고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알리던 한식당들이 있었듯, 국내에서도 자국의 음식을 알리고 문화 교류에 힘쓰는 외국인 셰프들이 있습니다. 15년 이상 한국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외국인 오너 셰프, Pedro Serrano(이하 페드로) 셰프를 만나 한국 외식 산업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20년 경력의 셰프가 선보이는 파주 속 작은 스페인

주택들이 가득한 파주의 한 골목, 스페인 셰프가 만드는 정통 스페인 요리를 맛보기 위해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스페인 에스트레마두라(Extremadura)에서 성장한 페드로 셰프는 "주말마다 가족과 친척들을 위해 요리해 주던 삼촌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셰프의 길을 걷게 됐다"며 커리어의 시작을 회상했습니다. 이후 요리 학교를 졸업하고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아뜨리오(Atrio), 차플란(Chaflan), 아주르멘디(Azurmendi) 등 스페인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을 거치며 정통 스페니쉬 셰프로서 역량을 쌓아왔습니다.
 
대표 메뉴인 감바스를 만들고 있는 페드로 셰프 (사진=뉴스토마토)
 
새로운 음식과 식재료에 관심이 깊던 그는 국내 한 레스토랑과의 인연으로 한국에서 일하던 중 지금의 아내를 만나 정착하게 됐습니다. 페드로 셰프는 "당시에는 외국인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찾기 어려웠고, 스페인 음식과 한식은 닮은 점이 많아 한국에서 스페인 음식점을 열기로 결심했다"며 '라까냐'의 시작을 전했습니다.

그는 "한국에는 아직 스페인 요리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현대적이고 유행을 따르는 스페인 음식보다는 현지에서 먹는 '진짜 스페인 음식'이 무엇인지 보여드리고 싶다"며 라까냐의 철학을 밝혔습니다. 이어 직접 사용하는 DOP 인증 식재료를 소개하며 고향 에스트레마두라 지역의 특산품인 '피멘톤 데 라 베라'(Pimentón de la vera, 이하 피멘톤)를 꺼내 보였습니다.
 
페드로 셰프가 보여준 매장에서 사용중인 DOP 인증을 받은 피멘톤 (사진=뉴스토마토)

페드로 셰프는 "한국의 일부 스페인 레스토랑에서는 붉은 색감과 매운맛을 내기 위해 피멘톤 대신 고춧가루를 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라까냐에서는 반드시 DOP 인증을 받은 피멘톤을 사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DOP는 특정 지역의 원재료로 전통 방식을 거쳐 생산됐음을 유럽연합(EU)과 스페인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DOP 인증 피멘톤은 특유의 훈연향과 은은한 단맛 특징이며, 고춧가루보다 매운맛이 적고 맷돌로 곱게 갈아내 파프리카 특유의 색감과 영양소를 보존하면서 소스의 농도 변화를 최소화합니다.
 
고추가루와 피멘톤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페드로 셰프 (사진=뉴스토마토)

다양성보다는 전문성을 높여야 할 때

타국에서 자국의 음식을 전하는 페드로 셰프에게 한식 세계화 전략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는 "파인 다이닝 같은 프리미엄 라인 외에도 대중적인 한식 메뉴 역시 세계 시장에서 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해외 한식당의 경우 메뉴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맛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바지락 칼국수를 예로 들며 "바지락 칼국수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대표 한식이다. 바지락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감칠맛과 육수는 어디서나 인정받을 수 있으며, 한국처럼 다양한 해산물을 즐기는 스페인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빔밥과 불고기는 수십 년간 해외에서 한식을 대표해 온 메뉴입니다. 자랑스러운 한식이지만, 이를 제외하고도 한식에는 매력적인 메뉴가 무궁무진합니다. 한식을 알려야 했던 시기를 지나 한식에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메뉴 구성 전략을 재정비할 시점입니다. 완성도 높인 음식으로 지속적인 만족감을 준다면, 향후 더욱 다양한 한식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완성된 감바스 디쉬를 들고있는 페드로 셰프 (사진=뉴스토마토)

외식 산업 발전을 위한 동반 성장

페드로 셰프는 "한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장르이며 뛰어난 한국 셰프들도 많다. 실력과 지식, 창의성 면에서 이미 수준급이며 앞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외식 산업을 견고하게 지탱하는 것은 일부를 위한 파인 다이닝이 아니라 대중이 일상에서 즐기는 미들급 다이닝이다. 일상적인 미들급 다이닝의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퀄리티가 상향 평준화될 때 한국 외식 산업에 전체적인 활력이 돌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레스토랑은 외식 산업의 일부분일 뿐,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자 및 장인들과의 동반 성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과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최신 미식 트렌드와 맞닿아 있습니다. 지역 농가 및 장인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레스토랑은 제철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메뉴의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등 선순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페드로 셰프는 "한국 외식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미들급 다이닝으로서, 국내 고객들에게 진짜 스페인의 요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제공하겠다"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홍준혁 기자 jhh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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