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대못 박기…트럼프 '중간선거 청구서'
한국 정부 상업성 검토 중인데…선거 패색 짙어지자 '일방 발표'
2026-10-01 18:05:25 ㅣ 2026-10-01 18:21:17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5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LNG 개발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일방적인 발표였습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판세가 공화당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경제적 성과가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를 선거용으로 적극 활용하는 데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미투자 발표장을 선거 유세장으로…공화당 후보 띄우기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식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도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될 것이고, 알래스카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승리"라며 1만2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1000개의 운영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알래스카 LNG 개발은 노스슬로프 지역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약 1300여㎞의 가스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으로 운반하고 액화한 뒤 수요지에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공화당 후보 지원 무대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사에는 댄 설리번 상원의원과 닉 베기치 연방 하원의원, 마이크 던리비 주지사 등 공화당 소속 알래스카 정치인들이 참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거래와 파이프라인을 위해 거의 20년 동안 일해왔다"며 3선의 설리번 의원의 성과로 알래스카 LNG 사업을 부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사업을 성과로 앞세운 배경에는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습니다. 알래스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세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모두 두 자릿수 격차로 승리한 공화당의 강세 지역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민주당 메리 펠톨라 전 연방 하원의원이 설리번 의원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대미 투자 성과로 선거전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로 파악됩니다. 알래스카 수성은 상원 다수당 유지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박한 사안입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처로 발표된 텍사스와 오하이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원래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현재 경합 주로 분류되거나 민주당에 밀리기 시작한 곳입니다. 오하이오의 경우, JD 밴스 부통령이 입각 전까지 상원의원을 지낸 곳인데 지금은 상원 선거 격전지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 지역 역시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강조하는 배경에 중간선거 표심과 연관돼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를 선거 승리를 위한 홍보의 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못 박았지만…정부·여당 "확정 아냐, 상업성 전제 착수"
 
그러나 알래스카 LNG 사업이 성사된 것처럼 소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팩트시트(설명자료)에선 알래스카 사업이 '상업적 합리성과 관련 한국 내 법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협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전제로 다시 검토한 뒤 최종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발표한 대미 투자 사업 중 알래스카 LNG 사업은 상업성이 확인되고 대한민국 법 절차에 부합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실무작업(working)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대미 투자 사후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이런 부분을 국내적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였다"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에게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의 항의에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민주당 역시 투자 확정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대미 투자의 판단 기준은 상업적 합리성"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한정애 민주당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따라 우리 국내법 절차에 맞춰 충분히 검토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사업을 성과로 내세운 만큼, 한국이 상업성을 이유로 속도를 늦추면 미국의 관세 재인상 압박이 재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