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DeepSeek)가 성능을 높이고 작업 비용을 낮춘 AI 모델을 내놓으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립니다. AI 효율 개선이 고성능 칩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 흐름을 바꿀 변수는 아니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딥시크가 내세운 성능과 비용 절감 효과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중국 AI기업 딥시크가 성능을 높이고 작업 비용을 낮춘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5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AI 기술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딥시크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 17일 코딩과 추론, AI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한 ‘V4.1 플래시-1017’을 공개했습니다. 지난달 출시한 ‘V4.1 플래시’의 성능을 개선한 모델로, 기존 이용료를 유지하면서 작업 처리 속도를 높이고 답변 분량을 줄였다는 설명입니다. 회사 자체 평가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측정하는 ‘딥SWE v1.1’ 점수는 77.0점으로,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앤트로픽과 오픈AI 모델의 74.0점, 73.0점을 웃돌았습니다.
딥시크가 내세운 강점은 가격입니다. 회사가 공개한 평가에서 코딩 작업당 평균 비용은 약 0.2달러로 제시됐습니다. 비혼잡 시간대 기준으로 토큰 이용료가 클로드 오퍼스 5보다 약 42배, GPT-5.6 솔보다 약 33배 저렴합니다. 토큰은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입니다. 중국 AI 모델의 가격경쟁력은 반도체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2일(현지시각) 중국의 첨단 AI 모델 도입 속도가 빠르고 토큰 사용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비용 AI의 등장은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반도체업계에도 변수입니다. 적은 연산 자원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하면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 투자 필요성이 낮아지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다만 딥시크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GPU나 HBM 사용량 변화에 대해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딥시크의 신모델이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를 자극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에 부담을 줬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월 딥시크의 추론 모델 ‘R1’ 공개 당시에도 GPU와 데이터센터 투자 축소 우려가 확산됐습니다.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1월31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9.86%, 2.42%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HBM 수요는 늘었고, SK하이닉스의 지난해 HBM 매출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개별 AI 서비스의 효율 개선이 전체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은 칩으로 AI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현재의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개별 서비스의 메모리 사용량이 줄어도 전체 시장 수요가 감소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어 “소비자는 가격뿐 아니라 답변의 정확도와 성능을 보고 서비스를 선택한다”며 “저가형 AI에도 메모리가 필요한 만큼, 이번 발표가 메모리 공급 부족 흐름을 바꿀 정도의 변수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딥시크가 밝힌 성능 개선에 대해서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독일 AI 전문 매체 더디코더는 17일(현지시각) 독립적인 성능 평가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실제 코드 품질에 대한 개발자들의 평가가 회사 측 벤치마크 결과와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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