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범의 K-교육 디자인)2028학년도 수능의 계륵: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1학년 공통과목에서만 출제
교육과정과 수능 불일치 심각
대입제도 전면 재설계 불가피
2026-10-21 06:00:00 ㅣ 2026-10-21 06:00:00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내년에 치를 2028학년도 수능 탐구 영역의 출제 범위는 이미 1학년 때 배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다. 1994학년도부터 시작된 수능 변천 과정에서 내년 탐구 영역은 처음으로 1학년 공통과목에서만 출제한다. 내년부터 문·이과 구별이 없는 공통 수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이 두 공통과목은 명시적인 수능 출제 범위가 아니라서 수능에서는 큰 쓰임이 없었으나 내신에서는 버릴 수 없는 계륵(鷄肋)과 같았다. 그런데 내년부터 수능에서 중요한 교과가 되는 바람에 교육과정과 충돌하게 되었고, 여전히 다른 의미의 계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8학년도 수능 시안이 처음 공개되었던 23년 10월 이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두고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하나는 교육과정과 수능의 불일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과연 언제까지 이 두 교과만으로 수능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문제였다. 이를 결합하면 2028학년도 공통 수능은 지속되기 어려운 임시방편이고, 조만간 대입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수능의 성격을 다시 바꿔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 두 가지 중에서 교육과정과 수능의 불일치 문제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1학년에 마치고 2학년과 3학년에서는 사회와 과학 선택과목을 배우는데, 2학년과 3학년에 배우는 선택과목은 수능 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고3이 되었을 때 학생은 3학년 수업에 충실할까 아니면 수능 준비를 위해 1학년 때 이수한 과목을 다시 공부할까. 내신과 수능 중 어디에 더 집중하는 게 합리적일까. 
 
고교학점제라는 큰 상자를 단위 학교 내 교육과정이라는 작은 상자에 욱여넣어야 하는 고등학교 현장은 이 불일치 때문에 더욱 곤혹스럽다. 수능 준비를 위해 학교가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미 1학년에 개설한 과목을 3학년에 다시 개설할 수 없고, 학생은 이미 이수한 과목을 다시 이수할 수 없다. 그래서 학생은 사교육 인터넷 강의에 의존하며 스스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사회와 과학 선택과목 수업 중에 수능 출제 범위에 해당하는 내용이 나오면 그때마다 교사가 1학년 교과를 반복적으로 보충할 수 있을 수 있다. 수업 제목과 내용을 달리해 방과 후 수업을 운영하는 궁여지책도 있다. 이처럼 수능 준비에 있어서 학교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재수생은 학원에서 수능 과목을 집중적으로 준비할 수 있으나, 고 3학생은 학교에서 수능 출제 범위가 아닌 선택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수능은 고3 학생에게 불리하고 재수생은 유리하다. 돈을 지불하고 사교육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유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불리하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계륵으로 만든 진짜 원인은 수능이 강한 변별력과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이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중학교 단계의 학습 내용을 확인하고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교과 지식을 펼쳐놓은 교과라서 그 자체로는 변별력을 갖출 문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출제진은 교과에 기반한 내용을 활용해 사고하는 문제를 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능 출제 범위인 공통과목과 출제 범위를 넘어선 선택과목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문제를 만들고 나서, 다시 문항을 비틀고 꼬아야 한다. 게다가 중요한 내용을 다루려고 하면 선택과목과 겹칠 위험이 커서 주저하게 된다. 만약 공통 수능의 영향력과 변별력을 줄이면 무슨 일이 생기게 될까. 아마도 지금처럼 수시와 정시가 분리된 상황이라면 면접과 학생부가 강화될 것이고,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는 상황에서도 역시 면접과 학생부가 강화된다.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별일이 아닐 수도 있다.
 
수능의 변별력과 영향력을 줄인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공통 수능이 유지된다. 수능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본 학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그 정체성이 달라지고,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구분된 현 대입 체제가 수시·정시 통합 전형으로 바뀌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교실을 정상화하며, 대학은 고등학교 선택과목과 심화 과목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맞추어 학생부종합전형의 성격과 학생부 항목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런 불일치가 최소 5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교육과정과 수능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자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아무도 수능의 변별력과 영향력을 사회적 의제로 논의하자고 제안하지 않는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이슈의 핵심은 바로 변별력에 있고, 여기서 수능과 교육과정의 충돌이 파생된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허수아비 게임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허수아비는 그저 허수아비일 뿐이다.
 
김경범 국가교육위원회 대입특위 위원, 전 서울대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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