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미 상장에 ‘규제 암초’…셈법 복잡해진 SK하이닉스
금융당국 “중복 상장”…국내 심사 검토
낸드 투자재원 확보…주주 보호도 과제
2026-10-20 15:53:20 ㅣ 2026-10-20 15:58:4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 기업공개(IPO)에 대해,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국내 심사 대상이 되는지 검토하기로 하면서 규제 변수가 불거졌습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면서 낸드 투자가 필요한 SK하이닉스의 자금조달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상장을 검토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코르도바에 있는 솔리다임 본사. (사진=솔리다임 홈페이지)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의 IPO에 대해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인지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 증시 상장을 추진하더라도 국내 주주 보호 문제를 피하기 어려워진 셈입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12월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미국 법인으로 AI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고용량 기업용 SSD를 주력 생산합니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IPO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미국 상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에서는 예상 공모 규모가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8일 솔리다임이 미국 뉴욕주 등을 후보지로 신규 낸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이달 15일에는 다롄 공장 내 유휴 공간에 장비를 추가 투입해 생산을 늘리려 한다고 전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기업용 SSD 수요에 대응하고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설비 확충, 공정 전환에 제약을 받는 다롄 공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다롄 공장 모듈 B의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 정부와 협의하고 승인을 받아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려면 부지 확보, 장비 도입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됩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차세대 D램, 용인·호남 반도체 생산시설, 미국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시설 등에 투자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솔리다임이 신주 발행을 통해 투자금을 조달할 경우, 모회사의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이 생산시설 투자와 사업 협력 확대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중복상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장 추진에 부담이 커졌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말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 허용’을 위한 거래소 상장·공시 규정 개정안을 승인하고 8월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전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 정부 임기 내 자회사 상장이 사실상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복상장에 해당한다고 상장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국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 되면, 신고서에 상장 필요성과 투자위험, 주주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아 금융당국과 기존 주주를 설득해야 합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폭증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3사의 투자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솔리다임 상장을 통해 낸드 생산라인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중복상장 논란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솔리다임이 인텔의 낸드 사업을 인수해 출범한 해외법인인 만큼, 국내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과는 구분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내부 자금과 외부 자본 활용이 기존 주주의 경제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우선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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